금융 금융일반

남은 유로, 중고 앱 거래했는데 사기 연루?[금감원 공동기획 조선피싱실록]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9 17:59

수정 2025.11.09 19:25

외화 환전 노린 보이스피싱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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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사는 30대 남성 A씨는 유로화 판매를 목적으로 중고거래 플랫폼에 광고글을 올렸다. 유럽여행을 갔다가 남은 돈을 원화로 환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게시글을 올리자마자 구매 의사를 비친 B씨와 교환할 원화금액과 거래일시를 확정했다.

거래 당일 B씨는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동생'을 내보내겠다고 했다. '교환만 제대로 이뤄지면 된다'고 생각한 A씨도 동의했다.

거래가 성사되기 10분 전 A씨 계좌에 약정한 거래대금이 입금됐다. A씨는 무인카페에서 '동생'과 만나 유로화를 현금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B씨는 자금세탁책, '동생'은 현금수거책이었다. A씨 계좌로 들어온 돈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B씨는 '시세보다 높은 환율로 구매하겠다'고 했고, 협상과정을 딱히 두지 않은 채 신속한 거래에만 초점을 맞췄다. A씨는 피해를 당하고 나서야 이런 점을 인지하게 됐다.

금융감독원은 이 건을 비롯, 유사한 사건에 대해 소비자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이처럼 외화 교환을 자금세탁 수단으로 삼는 범죄의 또 다른 특징은 '외화 수령과 매매대금 입금을 동시에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입금 또는 지연입금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외화 거래 전이나 후로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판매자 계좌를 검찰·금융사 직원 등의 것으로 속여 이체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지인이 대신 거래 현장에 나갈 것이라고 할 때도 범죄를 의심해 봐야 한다. 현금수거책을 활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기 때문이다. 자금세탁책 본인이 직접 모습을 보이지 않고, 소위 '외주'를 주기 때문에 이 같은 방식을 쓰는 것이다.

A씨처럼 공모를 의도하지 않고, 입금받은 대금이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더라도 이미 해당 자금이 계좌로 들어온 시점에는 마땅히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 외화판매자 계좌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사기이용계좌로 지정되게 된다. 그러면 △계좌 지급정지 △전자금융거래 제한 △거래대금의 피해자 반환 △3년 내외 금융거래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이에 금감원은 환전하려는 경우 외국환은행이나 정식 등록된 환전업자를 통하라고 조언했다.
'시세보다 높은 가격 등을 지불하겠다'며 빠른 거래를 유도하는 등 조급함을 유발하면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거래 상대방과 대면 후 본인이 보는 앞에서 직접 이체하도록 요구하는 게 좋다.
현장에 나타난 이와 입금자 명의가 일치하지 않으면 보이스피싱 일당일 가능성이 높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