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포럼8 랠리재팬 현장 가보니
WRC의 황금기 이끈 도요타
日 랠리문화 확산에도 힘 쏟아
작년 랠리 찾은 관중만 54만명
곳곳 견학·이벤트 등 체험 행사
모터스포츠 넘어 지역 축제로
WRC의 황금기 이끈 도요타
日 랠리문화 확산에도 힘 쏟아
작년 랠리 찾은 관중만 54만명
곳곳 견학·이벤트 등 체험 행사
모터스포츠 넘어 지역 축제로
9일 오전 10시 45분.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공원에서 비를 맞으며 슈퍼스페셜스테이지(SSS) 시작을 기다리던 관중들은 380마력의 엔진으로부터 나오는 두꺼운 배기음과 함께 언덕을 진입하는 첫 랠리차를 보자 탄성을 질렀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로 노면이 젖어 그립 레벨은 낮아졌지만 타이어는 물막을 밀어내며 하이드로플래닝 위험 구간을 정확히 통제했다. 지역 주민·가족 단위 관객·해외 팬들은 우비를 입은 채 랠리차가 들어올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연신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도요타 총수의 '더 좋은 차 만들기' 철학 기반
지난 6일부터 일본 아이치현과 기후현에서 진행된 '2025 세계 랠리 챔피언십(WRC) 포럼8 랠리 재팬'이 이날로 화려한 막을 내렸다.
WRC는 1973년 시작된 세계적인 모터스포츠 대회다.
폐쇄된 서킷이 아닌 일반도로와 산악지형 임도를 통제해 진행되는 WRC는 기록 측정을 위한 '스페셜 스테이지(SS)'와 '슈퍼 스페셜 스테이지(SSS)',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기 위한 '로드 섹션(RS)', 하루 일정이 끝난 뒤 차량 정비를 위한 '서비스 파크(SP)'로 구성된다. 이 중 1990년대부터 도입된 SSS는 짧은 시간 동안 관람객이 경주를 가까이서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WRC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전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WRC의 재팬 랠리는 도요타의 본사가 위치한 도요타시를 거점으로 하는 타막 랠리로 험준한 산악 아스팔트 코스를 따라 진행된다. 2004년 홋카이도에서 시작한 재팬 랠리는 2010년을 마지막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2022년 복귀했다.
올해 재팬 랠리에서 '도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랠리팀(TOYOTA GAZOO Racing World Rally Team·TGR-WRT)'은 홈 레이스를 석권했다. SS20 주행 결과 세바스티앙 오지에, 엘핀 에반스, 사미 파야리 등 TGR-WRT팀 소속 선수들이 1위부터 3위를 차지하며 포디엄을 달성했다. 특히 세바스티앙 오지에 선수는 시즌 6승을 차지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직전 라운드에서 이미 제조사 챔피언십 우승을 확정지었다.
다케다 유이치로 TGR-WRT 고객 모터스포츠 테크니컬 매니저는 "자동차를 어느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매캐닉 등 모두의 협력과 신뢰, 노력이 쌓아 올려지면서 올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156억엔' 54만명 다녀갔다...지역경제 견인
도요타와 랠리의 인연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1957년 '호주 일주 랠리'를 시작으로 1973년 WRC 창설과 함께 '셀리카 1600GT'로 랠리에 참가했다. '셀리카', '카롤라' 등을 통해 WRC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도요타는 1999년을 끝으로 일시적으로 WRC에서 철수했다가 약 18년 만인 2017년 다시 복귀했다. 이 복귀의 중심에는 당시 사장이었던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의 '더 좋은 차 만들기'라는 철학이 있었다. 실제로 도요다 회장은 이번 재팬 랠리 개막식에 참석하고 지난 8일에는 차량 사고를 당한 TGR-WRT 소속 선수를 격려하러 서비스 파크를 찾는 등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도요타는 랠리를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랠리 문화'로 일본 사회에 정착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실제로 도요타시에서는 포토 콘테스트, 팬 이벤트, 서비스 파크 견학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로 지역 전체가 하나의 축제로 발전했다.
지난해 랠리 재팬의 총 관객 수는 54만3800명, 경제적 파급효과도 156억6400만엔에 달해 지역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도요타의 '랠리 활동'은 인재 육성으로도 이어진다. 대표적인 예가 'TGR 드라이버 챌린지 프로그램'이다. 세계에서 활약할 일본인 드라이버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현재 TGR-WRT의 정규 드라이버 가츠타 다카모토 선수 역시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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