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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코스피 4000 시대, 지속 가능한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9 18:40

수정 2025.11.09 21:35

2025 명목GDP로 보면 3288 적정
시가총액 비해 매수여력 많지 않아
수출 증가 속도가 주가상승 못 미쳐
GDP와 기업이익 증가율 높아지고
반도체 이외의 수출 증가·소비회복
정책 일관성·세제 안정성 지속돼야
김영익 더제이자산운용 고문
김영익 더제이자산운용 고문
10월 31일 코스피지수가 4107.5를 기록했다. 연초 대비 71.2% 상승,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는 19.6%, 선진국지수는 18.4%, 신흥국지수는 30.3% 올랐다. 한국 증시의 독주가 그만큼 두드러졌다. '코스피 4000시대'가 본격화된 듯하지만, 이 상승세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차분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코스피의 급등에는 세 가지 요인이 주로 작동했다. 첫째, 경기회복이다. 올해 1·4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0%에 머물렀지만 2·4분기 0.6%, 3·4분기 1.7%로 개선됐다. 반도체 수출이 늘고, 소비가 살아나면서 경기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둘째, 유동성의 힘이다. 고객 예탁금과 국내 주식형펀드 잔액이 작년 말 116조원에서 10월 말 184조원으로 59% 불어났다. 풍부한 자금이 증시로 흘러들었다. 셋째, 제도개선이다. 회사 경영에서 주주를 강조한 상법 개정과 더불어 배당소득세 개편, 자사주 소각 확대 등의 정책 추진이 '한국형 밸류업'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주가지수를 결정하는 거시경제 변수를 보면 과열의 그림자도 짙다. 장기적으로 코스피는 명목 국내총생산(GDP)보다 약간 높은 속도로 상승해왔다. 2000~2024년 명목 GDP는 연평균 5.9%, 코스피는 6.7% 상승했다. 이를 기준으로 2025년 명목 GDP가 3.6% 성장한다면 적정 코스피는 3288 수준이다. 2026년 4.3% 성장을 가정하면 3466이 합리적이다. 현재 지수 4107은 이론치보다 25%가량 높다.

또 다른 과열 신호는 유동성 지표에서 나타난다. 코스피 시가총액을 광의통화(M2)로 나눈 비율이 올해 10월 75.6%로 추정돼 2005~2024년 평균(57.5%)보다 18.1%p나 높다. 반면 고객 예탁금과 국내 주식형펀드의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비중은 8.2%로, 2000년 이후의 장기평균(9.6%)보다 낮다. 이는 대폭 늘어난 코스피 시가총액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뜻이다. 실물경제와의 괴리도 크다. 2005년 이후 데이터를 보면 일평균 수출금액과 코스피의 상관계수는 0.87로 매우 높다. 그런데 10월 말 코스피는 수출지표가 암시하는 수준보다 약 33% 높은 위치에 있다. 반도체 회복이 본격화되었다 해도 수출의 증가 속도가 주가 상승을 따라잡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그럼에도 버블이 쉽게 꺼지지 않는 이유는 인간의 심리와 시장 구조 때문이다. 첫째, 역사적 관성이다. 닷컴 버블이나 2020~2021년 유동성 버블도 붕괴 전까지 오랜 기간 상승을 이어갔다. 둘째, 주변 투자자의 성공이 새로운 매수를 자극한다. 이른바 FOMO(놓칠까 두려움) 심리가 유동성을 증폭시킨다. 셋째, "더 비싸게 사줄 사람이 있다"는 '더 큰 바보 이론'이 작동한다. 가치보다 심리가 시장을 움직인다. 넷째, 주가 상승에 따라 공매도 포지션 축소로 매물이 줄고, 다섯째, 기관투자자들도 리스크 회피 차원에서 추세를 따라가며 매도에 소극적이다.

이처럼 상승세가 심리적 요인에 의해 강화되고 있지만, 주가가 거시경제 변수나 기업 이익과 괴리될수록 조정 위험도 커진다. 코스피가 4000을 넘어 안정적으로 안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GDP와 기업 이익 증가율이 주식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높아져야 한다. 실적개선이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지 못하면 언제든 되돌림이 온다. 둘째, 수출과 소비회복이 지속돼야 한다. 반도체 단일품목 의존을 넘어 제조·서비스 전반으로 경기회복이 확산되어야 한다. 셋째, 정책의 일관성과 세제 안정성이 중요하다. 금리 상승이나 세제 역풍이 발생하면 시장은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심리의 균형이다. 증시는 '공포와 탐욕의 시계추'처럼 움직인다. 공포가 지나치면 저점에서 팔고, 탐욕이 과하면 고점에서 산다. 지금의 코스피는 후자에 가깝다. 역사적으로 주가가 명목 GDP를 크게 앞서간 시점마다 일정 기간 조정이 뒤따랐다.

코스피 4000시대는 한국 경제가 일정 수준 성숙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숫자다. 그러나 지수는 경제의 거울이지, 경제 그 자체는 아니다.
실물경제 회복과 기업 이익의 지속적 개선, 그리고 냉정한 투자심리가 함께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4000시대'가 올 것이다. 지금은 흥분보다 점검, 탐욕보다 절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식시장에서 진정한 승자는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일 것이다.

김영익 더제이자산운용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