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금융 건전성 위험 징후, 선제적 리스크 관리 나서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09 18:43

수정 2025.11.09 21:36

부동산PF·가계부채 급증 우려
늑장 부실 처리는 위기 불러와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이자·수수료로 올해 3분기까지 15조원이 넘는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동시에 부실 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년간 저성장·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한계에 이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대출자)들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지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가 이자·수수료로 올해 3분기까지 15조원이 넘는 최대 이익을 거뒀지만, 동시에 부실 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수년간 저성장·고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한계에 이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대출자)들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9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은행 ATM기를 시민들이 지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금융 건전성에 대한 위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4대 금융지주가 올해 3·4분기까지 15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이익을 거둬 문제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자와 수수료 수입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이면에 부실채권 증가 문제를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이 9일 발표한 '국내외 금융리스크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는 이러한 우리 금융권의 이중적 구조를 경고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유의·부실 우려에 해당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는 20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6000억원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148조원으로 7분기 연속 전년 대비 5~6%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악성 부동산 PF가 늘고 주담대를 포함한 가계부채가 늘어날수록 금융 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비싼 대출금리로 쉽게 돈놀이를 하던 금융기관들은 앞으로 악성부채가 낳을 건전성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금융권이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 노력을 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각 금융지주가 막대한 충당금을 쌓고 부실채권을 털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기관의 자산 건전성을 해칠 요인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우선 금융 건전성 악화의 근본 원인은 우리나라 산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찾아봐야 한다. 수년간 지속된 저성장과 고금리 환경이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국내 내수침체에다 중소상공인들의 경쟁력 약화로 그들의 원리금 미상환이 심각하게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쉽게 나아질 거란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경제 전반의 회복세가 기대되고 있으나 실물경제 곳곳에 파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럴수록 은행에서 돈을 빌린 취약차주들의 상환능력은 더욱 악화되고 만다.

실제로 가계대출 연체율은 이미 1%대를 넘어섰고,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계 중소기업과 취약업종 등 고위험 섹터 위주로 부실대출이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되면 금융 건전성 악화만 불러올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대외 금융환경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글로벌 달러 약세, 유럽 재정불안, 엔화 변동성 우려 등 대외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것을 우려했다. 더구나 최근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무역갈등이 이어지는 와중에 환율 급등이 걱정된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내수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대외 리스크가 국내 경기를 짓누를수록 기업과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은 약화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금융자산 건전성을 악화하는 트리거가 될 것이다.

금융위기는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교훈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에 정부와 금융당국은 선제적이고 정밀한 금융 건전성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 없다.


취약차주에 대한 체계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부실사업장에 대한 단계적 정리 작업도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나중에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사태가 벌어져선 안 된다.
선제적 건전성 관리·감독 강화만이 위기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