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내년 초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억제력이 더 중요해진 이유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1 06:30

수정 2025.11.14 00:08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파이낸셜뉴스] 만약 내년에 북미 정상이 우연한 기회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지는 ‘회동’이 아니라 실체 있는 의제가 논의되는 ‘회담’이 성사되는 시나리오를 가정한다면 무슨 대비를 하는 게 필요할까. 한국이 배제되지 않도록 회담 의제에도 관여하고 회담 결과가 한반도 긴장 완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회담 중요성만큼이나 내년 초 회담까지 진행되는 로드맵 모니터링은 더 중요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회담 성사를 위한 ‘조건’ 수용 신경전이 치열할 것이고, 각 진영이 회담 성사를 치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과정에서 화약고에 다가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트럼프 1기 시절처럼 한반도 긴장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7년 트럼프는 북한을 대상으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를 거론하면서 최대압박에 나서게 된다.

북한도 협상력 제고를 염두에 두고 긴장 최고조 전략으로 미국에 대응했다. 2017년 9월 북한은 6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같은 해 북한은 북극성-2형(IRBM), 북극성-12·14·15(ICBM) 등 15차례나 미사일 도발에 나서면서 한반도는 최고조의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트럼프의 대북 압박과 김정은의 긴장고조 전략은 실제로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져 쌍방의 전략이 접점에서 만나는 수렴 효과를 거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9년 하노이 결렬에서 보듯이 북미회담은 반짝 이벤트로 막을 내렸다. 그런데 지금 북한은 2017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핵 고도화가 정점을 찍고 있고, 뒤에서는 러시아가 든든한 후견자를 자처하고 있고 중국도 북핵 묵인에 나섰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도 전성기를 맞은 상태다. 따라서 2026년 북미 정상회담 라인업을 위해서 트럼프가 최대 압박 전략을 가져간다면 북한은 2017년 당시보다 더 거세게 맞대응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유례없는 한반도 긴장 시나리오 부상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실제로 성숙되고 있기는 할까?. 내년 초반이면 북한과 미국 쌍방이 회담 동인 측면에서 지금보다 나아질 개연성은 분명 존재한다. 우선 북한은 내년 초 제9차 당대회를 통해서 트럼프 2기 출범 후 새로운 대미전략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조건만 성사되면 담판에 기반한 트럼프식 대외전략을 역이용할 동기가 작동할 수 있다. 트럼프에게는 내년 중간선거 전에 역대 대통령은 하지 못했던 성과 도출을 위해서 김정은과 회담을 갖는 외교 치적이 필요할 수 있다. 특히 지난 11월 4일 트럼프 행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 선거에서 뉴욕시장 및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자리를 모두 민주당에 내주고 쓰라린 패배를 겪은 터라 마음이 급한 상황이기도 하다.

사실 트럼프의 대북압박 전략은 이미 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트럼프는 “핵무기 시험(testing of nuclear weapons)”을 지시한 바 있다. 이는 중국, 러시아뿐 아니라 APEC 정상회의 계기 방한한 트럼프 자신이 김정은에게 지속적으로 만남을 요청해도 응하지 않자 핵카드로 강압하는 차원도 내재되어 있다. 나아가 미국은 11월 3일 북한산 석탄 등을 중국에 수출한 제3국 선박(7척) 대상 유엔 제재 추진 의사를 밝혔고, 4일에는 불법자금 조성에 관여한 북한 개인과 기관에 대해서 특별제재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전략에 북한도 맞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11월 7이 북한은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섰고, 노광철 국방상은 미 군부가 “군사적 행동을 노골화”한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이처럼 북한과 미국이 ‘눈에는 눈’, ‘압박에는 압박’으로 대결을 펼치는 환경이 조금씩 조성되고 있는 것은 대결 그 자체보다는 내년 초 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협상력 제고의 신경전에 가깝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초대형 도발 카드 구사를 배제할 수 없고 한국과 미국이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 긴장 관리는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로드맵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무리한 협상력 제고 대결이 치킨게임으로 치닫지 않도록 한국은 적극적으로 상황관리를 하는 가운데 미국과 공조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방책은 북한이 도발하지 못하도록 평소 매서운 억제력을 유지하고 필요한 시점에는 반드시 그 억제력을 현시하는 ‘억제의 기본공식’ 을 주저하지 않고 잘 준용하는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