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가중된 업무 인정..."경영상 판단 존중해야"
[파이낸셜뉴스] 파업 불참자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한 행위가 파업으로 가중된 업무에 대한 보상일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용자의 경영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울산의 합성수지 및 플라스틱 제조업체 A사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지난 9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은 2023년 10월 30일부터 11월 28일까지 전면 파업에 돌입했는데, 이때 화섬식품노조 소속 A사 근로자들도 다수 참여했다. A사는 파업 종료 후인 12월 말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근무한 직원들에게 연장근로수당 외에 별도의 특별수당(실제 투입시간의 시급 50%)을 지급했다.
울산지노위는 근로자 유형에 따라 판단을 달리했다. 근무장소나 업무 변화가 컸던 근로자 유형은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했지만, 진천·울산공장의 생산직인 '4유형 근로자'에 대해서는 "근무 장소나 업무 변화가 크지 않은데도 시급의 50%에 해당하는 특별수당을 지급한 것은 과도하다"며 일부 노조 손을 들어줬다. A사는 불복해 중노위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파업으로 인해 생산직 근로자들도 업무강도가 크게 증가했다"며 "시급의 50%를 특별수당으로 지급한 것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 정당한 보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중노위는 "4유형 근로자의 업무 강도가 다른 유형 근로자만큼 높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사용자가 적정한 범위 내에서 특별수당을 지급했다면 이는 사용자의 합리적 경영판단에 따른 것으로 가급적 존중될 필요가 있다"며 A사가 노조 조직이나 운영에 개입할 의사로 특별수당을 지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A사가 파업으로 평소보다 높은 강도의 업무를 부담하게 될 대체근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약속한 것이 노조 가입자들의 파업 불참을 유도하거나, 파업에 불참한 근로자에게 부정한 이익제공을 약속한 것이라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특히 울산공장 생산직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파업에 참여해 남은 인원이 강도 높은 교대근무를 해야 했던 점을 주목했다. 일부 팀은 종전 4조 3교대에서 2조 2교대로 전환됐고, 사무직 근로자들이 대체 투입됐지만 숙련도가 낮아 남은 근로자들의 업무강도와 스트레스가 커졌다고 봤다.
또 업무량이 줄었다고 보기 어렵고, 특별수당 산정 기준인 '실제 투입시간의 50%'는 근로기준법상 연장·야간근로 가산율과 동일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4유형 근로자의 증가된 노동 강도에 비춰 특별수당 지급 기준이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른 유형 근로자에게 지급된 특별수당도 '가중된 업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로 인정되는 만큼, 4유형 근로자에 대해서만 부당노동행위 목적을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해당 수당이 파업 종료일로부터 한 달이 지난 12월 23일 지급된 점을 고려하면 "파업 당시부터 노조를 지배하거나 개입할 의도로 지급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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