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고전·독립영화로 세대 소통…‘2025 작은영화관 기획전’ 공공문화 확산 견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0 10:28

수정 2025.11.10 10:28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과의 대화.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과의 대화.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없는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운영 중인 ‘작은영화관’이 공공 문화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2회를 맞은 ‘2025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고전과 독립영화를 아우르며 지역 주민들과의 정서적 공감대를 넓히는 영화문화 행사의 대표 사례로 주목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중소도시에 설립된 공공 영화시설 ‘작은영화관’은 2025년 기준 전국 73개관이 운영 중이다. 문화소외 지역 주민들에게 영화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기반 문화공공재로 자리잡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진행된 ‘2025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올해 12회째를 맞아 ‘뒤로 재생, 앞으로 재생’을 주제로 고전영화와 동시대 독립예술영화를 결합한 상영 방식을 선보였다.

상영작으로는 <고래사냥>, <8월의 크리스마스>, <시네마천국> 등 시대적 감수성이 담긴 고전 영화와, <봄밤>, <바로 지금 여기> 등 독립예술영화 총 108편이 선정됐다. 동일한 주제를 공유하는 작품을 페어링해 상영함으로써 세대와 시각을 넘나드는 관람 경험을 제공했다.

기획전은 전국 작은영화관에서 진행됐으며, 각 지역 특성과 관객층을 반영한 90여 회의 연계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유아 및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영화 미술감독이 참여하는 체험형 강좌와 상영관 탐방이 마련돼 가족 단위 관람객의 호응을 얻었다. 노년층을 대상으로는 트로트 가수 수니킴과 함께하는 ‘영화음악 데이트’가 개최되어, 영화 속 명곡을 함께 부르며 상영관을 콘서트장으로 탈바꿈시키는 이색 행사가 진행됐다.

성인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지역 의제나 로컬 제작 영화 상영 후 감독과의 대화, 토론회가 이어졌으며, 특히 8월 단양작은영화관에서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상영 이후 이명세 감독과의 대화가 마련됐다. 행사에 처음 참여한 지역 주민들도 있었으며, 이 감독은 “함께 웃고 호흡하는 것이야말로 영화 관람의 본질”이라며 작은영화관의 지속적 운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리어프리 영화 상영도 함께 진행됐다. 장애 관련 영화 상영 이후 감독 및 출연자와의 대화를 통해 영화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장이 형성됐다.

기획전을 운영한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장은경 국장은 “작은영화관은 단순 상영관을 넘어 지역문화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번 기획전은 그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기획전은 11월 ‘지역 주민들이 뽑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 특별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작은영화관 운영자들은 “상업영화 편성 위주의 운영 현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기획·운영하기엔 재정과 인력의 한계가 분명하다”며, “기획전과 같은 공공지원이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지역 주민의 문화접근권이 보장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 작은영화관 기획전’은 고전과 독립영화의 창의적 조합, 다양한 연계 활동,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작은영화관이 지역 커뮤니티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확인시킨 문화 정책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