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작전 지시·은폐 정황 확인…순직 해병 '본류 사건' 재판행
[파이낸셜뉴스]채상병 특별검사팀(이명현 특검)이 고(故) 채수근 해병 사망 사건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당시 군 지휘관들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핵심 인물인 임 전 사단장이 사건 발생 때 수중수색 진행 상황을 인식한 것으로 볼만한 정황이 다수 있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채수근 해병 사망 이후 2년 3개월 만에 상급부대장인 임 전 사단장이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정민영 채상병 특검보는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2023년 7월 19일 발생한 채수근 해병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임 전 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위반죄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의 경우 작전통제권을 육군으로 이양한 상부의 단편명령을 위반해 실질적으로 작전을 통제·지휘했다"며 "대원들의 안전보다는 언론홍보와 성과를 의식해 무리한 수색을 지시했고, '바둑판식 수색·내려가면서 찔러보면서 수색·가슴장화 확보' 등 각종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해병대원들은 채수근 사망 사건 발생 전날인 2023년 7월 18일부터 수중수색을 진행했고, 이는 사진으로 여러 언론에 보도됐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 상황을 알고도 묵인·방치했다"며 "임 전 사단장의 작전통제와 지휘가 업무상 과실에 해당하고 채수근 해병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특히 임 전 사단장에 대해 특검은 임 전 사단장 등이 다른 피의자들과 참고인 진술을 회유한 정황을 다수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또 압수수색 직전에 자신의 휴대전화에 있던 해병대원들의 수중수색 사진을 보안폴더로 이동시켜 은닉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임 전 사단장이 수중수색 관련 영상뉴스 링크를 수신받고, 사고 직후 포7대대장과의 통화에서 "니들이 물 어디까지 들어가라고 지침을 줬냐"고 말하는 등 수중수색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다수라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다만 특검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고발 혐의 중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적용하지 않았다. 특검팀은 일반적인 직무권한 자체는 임 전 사단장에게 있었으나, 당시 작전통제 행위가 그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 보기에는 법리상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이를 군형법상 명령위반으로 의율했다.
아울러 특검은 당시 박상현 제2신속부대장(제7여단장)을 비롯해 포병대대장 2명, 중대장 1명 등 지휘관 4명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정 특검보는 "박 전 여단장의 경우 작전지침을 불명확하게 전달하고 별다른 안전대책 없이 사단장의 무리한 지시를 그대로 하달했다"며 "사단장과 여단장이 대원들에게 실종자 수색을 압박함에 따라 현장지휘관들이 안전장비를 확보하지 않은 채 입수한계를 확대했고, 무리한 수중수색이 강행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특검은 사간 부대인 포7대대 외에도 포11대대와 73보병대대 등 여러 해병부대에서 수중수색을 비롯한 기존에 밝혀지지 않았던 위험 상황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피의자 전원과 피해자, 참고인 등 80여명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인 끝에 이런 수사 결론을 내렸다. 사건 지역인 경북 예천과 해병대 주요 부대 현장을 조사했으며,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서는 주거지 압수수색과 피의자 조사 5회 등을 진행했다.
정 특검보는 "채수근 해병의 사망 사건은 군 복무 중이던 스무 살 청년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여러 해병대원들이 생명과 신체의 큰 위험에 처했던 중대 사건"이라며 "사고 이후 수사 과정에서 지속적인 윗선의 압력이 있었고, 2년 가까이 아무도 기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이어받아 무거운 책임감으로 수사에 임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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