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 시장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운용 담당자인 프라이빗뱅커(PB)와의 직접 소통이 가능한 지점운용형 랩 상품이 성장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증권사들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91조2554억원 규모다. 지난해 12월 말 84조6984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만에 6조5570억원이 늘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투자 자문을 통합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편리하다는 장점을 앞세운 랩어카운트 계약자산은 2022년 5월 153조7614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뒤, 같은 해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형 랩어카운트·신탁 돌려막기 문제가 터지면서 순유출이 이어져 내리막길을 걸었다.
분위기가 바뀐 건 올해 초 금융당국이 돌려막기 사태에 대해 대부분 경징계를 내린 이후부터다. 코스피지수도 올 들어 4000선을 돌파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적극적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들이 랩어카운트로 관심을 돌렸다.
특히 지점운용형 랩 계약자산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8조3841억원이던 지점형 랩 자산은 매달 꾸준히 증가해 9월 말 11조7262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PB와 직접 소통하면서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과거 대비 지점형 랩을 찾는 고객들이 늘었다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의 한 PB는 "코스피 4000 돌파에도 '오르는 종목만 오르는' 장세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투자자들 역시 적지 않았다"며 "이렇다 보니 운용 책임자와 즉각 의사소통이 가능한 지점형 랩을 찾는 고객들이 최근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자금이 증권사 지점 랩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도 늘었다고 한다. 서울의 한 PB 센터장은 "2~3%대 은행 금리 대비 지점형 랩 수익률은 안정형 포트폴리오더라도 연 20%대를 내고 있다 보니 만기되는 은행권 자금들도 지점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랩어카운트 상품을 고를 때 증권사 규모나 지점별 투자 성향을 확인하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일부 대형사는 종목별 비중 제한을 엄격하게 적용해 보수적으로 랩을 운용하는 한편, 규모가 작은 증권사 지점의 경우 보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는 상품을 운용하고 있다.
한편 국내 증시가 연일 불장을 이어가면서 각 PB들의 영업도 호조를 띠고 있다는 전언이다. 신규 계좌 개설을 문의하거나 추가 자금을 맡기려는 수요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9533만3114개로, 지난해 말(8656만8337개) 대비 876만4777개가 급증했다. 한 PB는 "기간별, 수익 추구 유형별로 랩 상품을 다각화해 고객 수요에 맞춰 제공하다 보니 지난해 대비 운용 자산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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