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장관, 한덕수 전 총리 재판 증인으로 나와
"머릿수 채우기 위해 불려가" 울먹이는 모습도
"머릿수 채우기 위해 불려가" 울먹이는 모습도
[파이낸셜뉴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송 장관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재명 정부에서도 연임돼 재직하고 있는 송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회의 상황을 증언했다.
송 장관은 "(윤 전 대통령이) 들어오셔서 '마실 것을 갖고 와라' 이런 얘기도 했고, 앉으신 후 '막상 해보면 별 것 아니다.
송 장관은 한 전 총리가 윤 전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계엄을 만류하는 모습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하라는 건의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없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의 상황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비상계엄 당일 울산에서 행사를 마친 뒤 김포공항에 도착했는데,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대통령실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후 한 전 총리가 전화해 국무회의 참석을 독촉했다고 한다. 재판부가 "다른 회의 때도 한 전 총리가 참석을 독려하는 전화를 한 적이 없느냐"고 묻자, 송 장관은 "그런 적은 없다. 회의 빨리 오라고 말씀하신 적은 처음"이라고 답했다.
송 장관은 대통령실에 도착한 뒤 이상민 전 행정부 장관에게 무슨 상황인지 묻자, 이 전 장관은 "계엄"이라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전 총리에게 반대하라는 의사도 전달했다고 송 장관은 증언했다. 송 장관은 "최 전 부총리가 평소에 비해 약간 흥분한 톤으로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아셨냐'고 확인했는데 다들 몰랐다고 했고, '그럼 이 모든 걸 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의논했다는 거냐'고 했다"며 "이후 한 전 총리에게 '50년 공직 생활 이렇게 끝낼거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나도 반대한다"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고 했다.
송 장관은 "저로서는 영문을 모르고 저 자리에 갔다"며 "저건 국무회의가 아니라고 일관되게 생각하고, 2~3분 동안 대통령이 오셔서 회의가 아닌 통보에 가까운 걸 말씀하시고 나가서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동원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머릿수를 채우기 위해 불려 가서 자리에 앉았다가 나오게 됐으니 그렇게 느꼈다. 저 상황인 줄 알면 당연히 안 갔어야 한다. 저희가 안 갔으면 저 상황이 안 벌어졌을 수도 있지 않으냐"고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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