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합작극 '야끼니꾸 드래곤'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 연출
예술의전당서 14일부터 9일간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 연출
예술의전당서 14일부터 9일간
재일한국인 2.5세 연출가 정의신은 일본 사회 속에서 차별받아온 재일 한국인의 삶을 연극으로 기록해왔다. 정 연출의 대표작 '야끼니꾸 드래곤'이 14년 만에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난다. 초연은 지난 2008년, 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과 일본 신국립극장 10주년을 맞아 양국에서 상연됐고 2011년 재연됐다.
정 연출은 자신의 창작 동력에 대해 "'마이너리티(소수자)'였다"며 "일본은 한국 문화나 K팝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재일한국인의 역사나 삶에는 여전히 무관심하다"고 말했다.
세계문화유산인 히메지성이 있는 효고현 히메지시 빈민촌에서 나고 자란 그는 "고향집이 세계유산인 작가는 나뿐"이라며 "가난한 극작가 중에서도 나 같은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재일한국인과 소수자의 이야기를 계속 써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올해 재일한국인 이상일 감독의 영화 '국보'가 일본에서 천만 관객을 넘기는 놀라는 성과를 거뒀다. 그는 "이상일 감독이 젊은 세대의 희망으로 떠오른건 맞지만 재일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느끼진 않는다"며 "재일 교포의 수가 해마다 줄고 일본 국적 취득이 늘어나면서 접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도쿄 관동대지진 학살 위령비 논란처럼 역사를 희미하게 만드는 시도들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1970년대 일본 간사이 지방의 한 곱창집을 배경으로 전쟁으로 한쪽 팔과 아내를 잃은 아버지 용길과 재혼한 아내 영순, 네 자식이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정 연출은 "전쟁 후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국유지를 사서 집을 짓던 풍경은 실제 제 아버지의 이야기"라며 "극 중 마을이 무너지고 공원이 되는 설정도 실화"라고 밝혔다.
곱창집이 무대 배경인 이유는 명료하다. 그는 "'파친코'가 재일한국인의 생존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면, 1970년대의 곱창과 야끼니꾸는 가난한 노동자, 재일한국인을 상징하는 음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일본 사람들이 즐겨 먹지만, 당시엔 저렴한 내장을 파는 서민의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공연이 시작되기 20분 전부터 배우와 악사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을 맞이하며, 불고기 냄새와 흥겨운 연주로 관객을 곱창집 손님처럼 초대한다.
최근 '파친코' '미나리' 등 디아스포라 서사가 세계적 주목을 받는 현상에 대해 그는 "지금 세계가 전쟁 중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주와 타향의 이야기는 이제 누구나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이 존재한다. 호주와 미국에서 '야끼니꾸 드래곤'의 리딩 공연을 했을 때도 관객들은 그 점에 공감했다.
정 연출은 "웃음이 있어야 눈물이 깊어진다"며 "차별과 아픔을 다루지만,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갖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한일 배우가 함께 출연한다. 그는 "이건 단순한 한일 공동제작이 아니라 일본인·한국인·재일한국인이 모두 필요한 작품"이라며 "언어와 국적의 벽을 넘어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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