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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오천피' 달성을 위한 선결과제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0 18:58

수정 2025.11.10 18:58

최두선 증권부 차장
최두선 증권부 차장
2000년대 이후 한국 증시는 세 차례 큰 상승 국면을 경험했다. 2007년 중국 수요 확대, 2011년 원자재 수출 호황, 2021년 팬데믹 유동성 랠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지수 상승은 외형적이었지만 산업구조는 바뀌지 않았고, 결국 조정은 더 크게 돌아왔다.

코스피지수 5000선 전망이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2026년께 달성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단순 낙관론이 아니다. 기업들의 순이익 개선,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배당 확대와 같은 기업가치 제고정책이 실제 재무 지표로 반영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이 과거와 같은 유동성 랠리가 아닌 실적, 정책 기반 지수 상승 국면에 진입한 점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지수의 방향이 아니라 구조의 편향이다. 최근의 시장은 반도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헬스케어 등 생산성 향상과 기술결합이 가능한 산업이 자본을 독점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반면 전통 제조업과 규제산업, 내수 중심 산업은 이익 성장의 속도에서 뒤처지며 시장 내 비중을 빠르게 잃고 있다. 지수 상승과 경제 체감의 괴리가 심화되는 구조적 양극화가 고착되는 양상이다.

지수가 일정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은 가능하다. 그러나 증시가 일부 업종의 호황에 의존한 상태로 5000선을 돌파한다면, 그 상승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는 단지 시장 안정성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라는 구조적 문제와 직결된다.

'오천피'는 목표가 아니라 검증의 무대가 돼야 한다. 반도체 중심의 구조가 한국 증시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반도체 이후의 성장 축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지수는 한 번의 고점을 남기고 장기조정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의 확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자사주 소각, 배당 확대, 장기주주 중심의 지분구조는 단기 주가 자극책이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구조개편 과정이다. 흐름이 중단되거나 후퇴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다시 강화될 것이다.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접근성도 확대돼야 한다. 지금의 시장은 정보와 구조를 아는 소수만이 초과수익을 누릴 수 있는 체계로 작동하고 있다. 시장의 성과가 사회 전체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코스피 5000은 '국가 경쟁력'이 아니라 '전문투자자 중심의 국지적 호황'에 머무르게 된다.

오천피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의 문제다. 지수는 결과이며, 재편은 원인이다.
코스피 5000 시대가 국가적 진전으로 기록되기 위해서는 성장동력의 확장, 지배구조 개혁의 지속,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dschoi@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