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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에너지 부문 스캔들 속 고위관료들 압수수색…1억달러 ‘돈세탁’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1 04:13

수정 2025.11.11 04:13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공습에 따른 단전으로 캄캄한 하르키우 시내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전기 스쿠터를 타고 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 당국은 10일 에너지 인프라 방공망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법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거액이 든 돈 가방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EPA 연합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공습에 따른 단전으로 캄캄한 하르키우 시내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전기 스쿠터를 타고 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 당국은 10일 에너지 인프라 방공망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법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료들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여 거액이 든 돈 가방 등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EPA 연합

러시아와 전쟁, 부패 척결이라는 두 가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10일(현지시간) 고위 관료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반부패 당국은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과거 동업자와 고위 관료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부문 뇌물 스캔들 수사의 일환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습을 강화해 지역마다 돌아가며 단전이 되고,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공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높아지는 가운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부패 수사는 에너지 인프라 방공망 사업을 따낸 업체들이 고위 관료들에 제공한 ‘뇌물(kickback)’에 집중돼 있다.

이들 업체는 러시아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부터 에너지 인프라를 보호하는 사업을 따냈지만 사업을 부실하게 진행하면서 관료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막대한 전쟁 비용과 경제 재건에 들어가는 돈을 서방에서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부패로 인해 이 돈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불신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반부패국(나부·NABU)은 이날 성명과 27분짜리 동영상에서 자체 수사관들과 반부패특별검찰국(사포·SAPO)이 “에너지 부문의 부패를 찾아내기 위한 대대적인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반부패 당국은 15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이미 약 1000시간 분량의 음성 녹음도 증거로 확보했다.

올렉산드르 아바쿠모우 나부 수사팀장은 “오늘 우리는 이번 작전의 최종 단계를 진행했다”면서 “70건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압수수색 대상에는 에너지 장관 출신으로 현 법무장관인 게르만 갈루셴코, 부유한 사업가이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설립한 엔터 업체 ‘크바르탈 95’ 공동 소유주인 티무르 민디치도 포함돼 있다.

이 소식통은 나부 수사관들이 이들과 관련된 부동산과 기타 의심 장소들을 수색했다고 전했다.

나부는 ‘대규모 부패 계획’을 통해 이들이 계획적으로 우크라이나 국영 원자력발전 업체인 에네르고아톰을 비롯해 전략적인 중요성을 갖고 있는 주요 공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고 밝혔다.

나부가 공개한 사진에는 미국 달러, 유로, 우크라이나 흐리우냐로 가득 찬 돈 가방들도 있었다. 나부는 이들이 약 1억달러를 ‘돈세탁’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함께 유럽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국제투명성기구(TI)의 지난해 부패인식지수(CPI) 순위에서 우크라이나는 180개국 가운데 104위를 기록했다.
러시아는 142위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