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10일(한국시간) 백악관에서 '상원에서 진행 중인 셧다운 합의안을 수용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들은 모든 내용을 종합하면 합의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합의안은 전날 밤 상원에서 주요 절차를 통과해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은 이날로 41일째를 맞으며 사상 최장기 기록을 경신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내가 들은 그 합의안이라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일부에서 합의를 조금 수정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실제로는 아직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며 "충분한 민주당의 지지를 확보했으며, 곧 미국을 빠르게 다시 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상원 합의안은 수주간 이어진 표결 교착 끝에 마련된 절충안이다. 공화당이 추진한 '현행 수준의 임시 예산안'과 민주당이 요구한 '보건의료 보호조항 및 세액공제 연장안'이 연이어 부결된 뒤 타협점이 도출됐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ACA)'의 강화된 세액공제를 영구적으로 연장할 것을 요구했으나, 이번 합의에는 해당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12월 중순까지 민주당의 보건의료 법안을 표결에 부치겠다는 약속이 명시됐다. 또 민주당은 정부 폐쇄 기간 동안 해고된 연방 공무원의 해고를 취소하고, 휴직된 직원에게 임금을 소급 지급하기로 하는 보장을 확보했다.
하원은 법안 표결 준비에 들어갔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상원이 신속히 조치하면 하원이 수요일 법안을 통과시키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받아 법률로 발효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상원 통과 즉시 의원들에게 36시간 전 통지를 보내 복귀를 요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뉴욕시장·뉴저지 주지사·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이번 셧다운 협상 과정에서 균열을 드러냈다.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7명과 무소속 의원 1명이 공화당과 손잡으며 극적인 합의안이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들 의원은 모두 내년 중간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건강보험 보조금 연장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빠졌다는 이유로 "트럼프에게 항복한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뉴욕 출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승하는 건강보험료의 책임은 공화당에 있다"며 "이 건강보험 위기의 책임은 공화당이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원에서 통과된 지출법안에 대해 "하원 민주당은 계속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슈머의 대응을 옹호했다. 그는 "합의안에 찬성한 민주당 의원들은 그 결정에 대해 미국 국민에게 직접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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