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日, 다카이치 '대만 개입' 발언 취지 中에 설명 "입장 변경 없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1 16:38

수정 2025.11.11 16:38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중국과 일본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 자위권 행사 관련 발언으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중국 측에 다카이치 총리 발언 취지와 일본 입장을 설명했다고 11일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의 집단 자위권 행사 발언에 중국 측이 '목을 베지 않을 수 없다'는 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양국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위험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총리가 애매한 전략을 취했어야 했다' '중국 측이 외교적 도를 넘었다' 등 엇갈린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중국에 발언 취지 설명… 입장 변함없어”
NHK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 외교부가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반발한 데 대한 대응을 묻자 "중국 측으로부터 항의가 제기됐지만 다카이치 총리의 답변 취지와 정부의 입장에 대해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일본의 안보는 물론 국제사회 안정에 있어서도 중요하며, 대만을 둘러싼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의 대만 관련 입장은 1972년의 중일 공동성명에서 밝힌 바와 같으며 변경은 없다"고 강조했다.



기하라 관방장관은 또한 지난달 일중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당시 다카이치 총리와 시진핑 국가주석이 전략적 호혜관계의 포괄적 추진과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이라는 큰 방향성을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모든 레벨에서 의사소통을 한층 강화하고 일중 쌍방의 노력으로 과제와 현안을 줄이며 이해와 협력을 늘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집단 자위권 가능성” 일본 총리 첫 공개 언급
강경 보수·친대만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7일 중의원(하원)에서 대만 유사시와 관련해 "(중국이)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존립위기사태는 2015년 통과한 '안보관련법'에서 신설된 개념이다.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았을 경우인 '무력공격사태'와 달리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을 상정한다.

일본 법률에 따르면 밀접한 관계인 다른 나라가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협을 받고 일본 국민 생명에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존립위기사태로 인정할 수 있다. 일본이 공격받지 않더라도 존립위기 사태라고 판단되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일본 현직 총리가 공개적으로 이같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 일본 오사카 주재 쉐젠 중국 총영사는 X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에게 달려드는 그 더러운 목을 베지 않을 수 없다”며 “준비됐나”라는 글을 올렸다. 현재 쉐 총영사의 이 글은 삭제된 상태다.

쉐 총영사는 지난 9일에도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라는 인식은 일본의 일부 머리 나쁜 정치인이 선택하려는 죽음의 길”이라며 “아무쪼록 최소한의 이성과 준법 정신을 회복해 이성적으로 대만 문제를 생각하고 패전과 같은 민족적 궤멸을 당하는 일을 다시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중국 측은 이에 대해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명하고 일본 측에 엄정한 교섭(중국이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일컫는 표현)과 강력한 항의를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다.

린 대변인은 "일본 집권자가 대만해협 문제에 개입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국제 정의를 짓밟고 전후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며 중·일 관계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의 통일 대업에 개입하고 방해하려는 모든 시도를 단호히 분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또 자극한 다카이치.."애매한 전략 취했어야" 비판도
이번 발언으로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한 달도 안돼 대만 관련 문제로 중국을 두 번째 자극했다고 홍콩명보는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일 X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대만 대표 린신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대만 총통부 수석 고문”이라고 칭했다가 중국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이번 발언으로 논란이 커지자 다카이치 총리는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지난 10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입장을 철회하지는 않겠지만 '반성점'이 있다며 이는 "특별한 경우를 상정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향후 "이 자리에서 명언하는 것은 신중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로서 통일된 견해인지 묻는 한 의원의 질문엔 "정부의 통일된 견해로서 내놓을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이번 발언을 두고 일본 정부 내에서는 중국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방위성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조차도 대만 유사시 대응을 명확히 말하지 않는 '애매한 전략'을 취한다"며 "역대 총리처럼 얼버무린 말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그간 대만 유사시가 존립위기사태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개별이고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일중 관계 악화되나.."중국 총영사 추방 해당되는 발언"
이번 발언이 향후 일중(중일) 관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일 정상회담 직후에 나온 발언이라 다카이치 총리가 "현실 노선을 취할 것으로 보고 정상회담을 단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체면이 구겨진 모습이 됐다"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으로 중국에 대한 억지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으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구체적 사례를 애매하게 하는 전략을 철저히 하지 못했다"며 "더 나아간 답변은 상대에게 속내를 드러내 오히려 억지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 제1야당인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쉐 총영사의 발언에 대해 “협박을 가하는 듯한 일은 있어서는 안 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외교관으로서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에 해당할 정도로 극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외교 전략의 일환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번 발언은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