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락스를 세정제와 함께 사용해 욕실의 찌든 때를 제거하는 것이 사망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은정 이화여대 과학교육학 박사는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의사친'에 출연해 "락스의 문제는 염소 기체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욕실 세정제나 세제를 섞어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라고 밝혔다.
락스를 산성 세정제나 주방·욕실용 세제와 혼합할 경우 강한 독성의 염소가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스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살상용으로 사용된 독가스와 성분이 동일하며, 최 박사는 일본에서 주부가 세정제와 락스를 섞어 청소하다가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락스의 강한 염기성 '위험 요인'으로 지적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는 예방이 어렵다.
락스의 강한 염기성 또한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최 박사는 과거 방송 실험을 준비하던 중 락스에 장시간 노출돼 화학성 폐렴 진단을 받았던 경험을 언급하며 "폐포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가스라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약도 마땅치 않아 일주일 넘게 고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락스에 머리카락을 담가두면 15분 만에 녹는다"며 강한 단백질 분해력을 지적했다. 또한 시중에서 판매되는 '순한 곰팡이 제거제' 역시 주성분이 차아염소산나트륨으로, 락스와 사실상 같다고 덧붙였다.
최 박사는 '소금으로 만들어 안전하다'는 문구로 홍보되는 일부 세정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하이포아염소산나트륨은 소금과 전혀 다른 물질"이라며 "나트륨이 들어간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이킹소다와 과탄산소다 등 '소다'류 역시 이름만 비슷할 뿐 특성이 완전히 다르며, 과탄산소다는 일반 베이킹소다보다 훨씬 강한 염기성을 띤다.
락스 사용하지 않고 욕실 청소하는 방법 제안
최 박사는 락스를 사용하지 않고 욕실을 청소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그는 과탄산소다를 50~60도 정도의 온수에 녹이고, 필요시 치약을 소량 혼합하면 연마 효과로 찌든 때 제거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행주는 물에 적셔 전자레인지에 30초에서 1분간 가열하면 소독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샤워기 헤드의 물때는 락스 대신 구연산 용액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베이킹소다는 찌든 때 제거보다는 평소 관리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최 박사는 "가정에서의 락스 사용은 추천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급식실과 같은 집단 시설에서는 감염 관리 목적으로 락스를 사용할 수 있지만, 일반 가정의 경우 락스 없이도 청소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밖에서도 어느 정도 노출되고 집에서도 또 노출되면 누적 위험이 커진다"며 "특히 호흡기로 들어온 염소가스는 폐에서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최 박사는 "락스를 다른 세제 등과 섞어서 쓰는 것은 금지 중의 금지다"라며 "대체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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