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뉴스1) 김세은 기자 = "그 무거운 구조물에 깔렸다고 생각하니…"
12일 오전 마련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희생자 김 모 씨(63)의 빈소는 무거운 침묵이 가득했다.
김 씨가 구조되길 애절하게 기다려왔던 아내와 남매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지켰다. 상복을 입은 김 씨의 아내는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김 씨는 지난 6일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가 전날 밤 10시 14분께 보일러 타워 6호기 방향 입구 3~4m 지점에서 수습됐다.
그는 사고 발생 이튿날인 7일 현장에서 발견됐지만 의식 등 생체 반응이 없어 '사망 추정'으로 분류됐었다.
7남매 중 여섯째 아들로 태어난 김 씨는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고향인 부산을 떠나 울산에서 공사 현장 일용직으로 일하다 변을 당했다.
가족들은 용접 작업을 하던 김 씨가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 생각을 못 했다며 애달파했다.
김 씨와 10살 터울인 첫째 누나(73)는 "소방관도 울고 나도 울었다. '못 구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웠다"며 구조를 기다리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폭파를 하고 구조물을 들어내고 하니까 빨리 찾았다"며 "어젯밤에 동생을 찾았다는 연락이 와서 다행이었다. 시신을 수습한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사는 둘째 누나(71)도 김 씨의 사고 소식을 듣고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올해 봄 그가 한국에 왔을 때 김 씨를 본 게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그는 "엊그제 한국에 도착했는데 정말 가슴이 아프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착한 애였는데..."라며 슬픔을 애써 억눌렀다.
이날 한국동서발전 관계자들도 김 씨의 빈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의 억울함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유족들은 "위험한 곳에 사람을 넣지 않았으면 이런 사고가 안 생겼다"며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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