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

野-법학계 “관세합의 국회비준 배제는 위헌”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2 14:43

수정 2025.11.12 14:43

정부·여당, MOU 형식 이유로 비준 배제
野, 헌법 58·60조 들어 '형식불문' 비준 주장
"위헌적 발상..1.5조 방위비도 국회 동의 받아"
학계 "합의 법적 구속력은 힘 없는 쪽에 이익"
통상절차법 따라 정부에 비준동의서 요구 공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할 신라 금관 모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은 12일 법학계와 함께 한미 관세합의에 대한 국회비준동의 절차를 밟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조약이 아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라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국가 간 MOU는 사실상의 구속력이 있어 ‘조약이 아니다’라고 명시하지 않는 한 조약으로 해석된다는 논리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장영수 고려대·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초청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헌법 60조는 국가와 국민에 재정적 부담을 안기는 조약이나 입법은 국회비준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고, 헌법 58조에 따르면 국가에 부담이 가는 계약도 국회의 의결을 얻어야 한다고 정했다. 취지상 재정 부담이 분명한 사안은 그 형식과 상관없이 국회 동의를 구해야만 하고, 때문에 3500억달러 대미투자가 담긴 관세합의는 명백한 국회비준동의 대상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이 같은 근거 위에서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인 최보윤 의원은 “정부 설명대로면 수백조원 재정부담이 전제된 것임에도 국회의 검증 없이 처리하려는 태도는 단순한 절차 누락이 아닌 위헌적 발상”이라며 “국회비준동의는 선택적 절차가 아니라 헌법이 정한 국민에 대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도 “헌법 정신은 명백하다. 국민에 큰 부담을 안기는 어떤 합의도 조약이든 계약이든 국회의 동의를 받으라는 것”이라며 특히 약 1조5000억원 규모인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도 매번 국회 동의를 받는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500조원에 달하는 대미투자에 대해 동의를 얻는 건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국민주권을 지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인 유상범 의원도 나서 “조약은 MOU든 협정이든 명칭 관계없이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거나 의무를 부과하는 경우 조약으로 본다는 게 일반적인 국제법 해석”이라며 “그래서 정부·여당이 MOU라는 명칭 하나로 법적 의무가 아니라며 대미투자특별법 제정만으로 이행할 수는 없고 국회비준동의를 해야 한다는 게 다수의견”이라고 말했다.

학계도 국민의힘과 맥을 같이 하는 의견을 개진했다.

장영수 교수는 형식상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미국과의 합의를 어길 수 없어 사실상의 구속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장 교수는 “힘이 없는 쪽에서 법적 구속력을 이야기해야 한다”며 “정부는 유연성을 이야기하지만 현실적이지 않고 오히려 최소한의 합의를 확실하게 구속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목 교수는 미국과 일본 간 관세합의 문서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조항에 대해 언급했다.
최 교수는 미일 정상이 공동성명에 나서 조약으로 자리 잡은 위에서 대미투자 운영 부분만 구속하지 않는다는 디테일을 짚으며 “조약성이 부인되는 것이 아니고, 조약이 아니려면 공동성명이나 문서를 통해 조약이 아니라는 증거를 남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과 법학계는 이 자리에서 팩트시트가 마련되는 대로 통상절차법에 따라 국회가 정부에 비준동의안 제출을 요구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양국이 각기 비준서를 마련해 교환하는 시점부터 통상절차법 13조를 근거로 비준동의서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