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유상할당 비율을 강화한 ‘제4차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한 후 첫 배출권 경매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리 ‘미달’이었다. 그동안 유상할당 비율 상향에 따라 배출권 부담이 크다고 주장해 왔던 기업들이 최저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현 시점에 대거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기업들이 당분간 보유 잉여분으로 버티거나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이날 KAU25 경매 응찰률은 90.28%로 집계됐다.
정부가 내놓은 400만t 물량 중 361만t만 응찰되며 미달된 것이다.
앞서 올해 진행됐던 경매에서는 응찰률이 모두 100%를 넘었지만, 정작 제4차 배출권 할당계획이 확정된 이후에는 오히려 하락했다. 이날 낙찰가격은 1만500원이었으며, 시세는 1만600원이었다.
특히 이날 경매에서는 발전사 외에 다른 기업들이 들어올지가 관전 포인트였다. 그러나 발전사 외에 응찰한 기업은 전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출권 업계 관계자는 “산업계 다배출 기업들이 정말 힘들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배출권 가격이 1만원밖에 안 하는 상황에서 시장에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이번 할당계획이 잘 짜였는지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4차 배출권 할당계획에서 배출 허용총량을 25억3730만t으로 설정했다.
이전 계획기간 배출 허용총량(30억4825만여t)보다 16.8% 줄었다.
특히 기업이 경매를 통해 돈을 내고 구매해야 하는 유상할당 비율은 발전 부문의 경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50%, 발전 외 부문은 15%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배출 허용총량이 줄고 유상할당 비율이 높아지면서 산업계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실제 경매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밑돈 셈이다.
감축 압박이 크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잉여 배출권을 보유한 기업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또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움직이겠다'는 관망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구매계획이나 지출계획은 바로 바꾸기 쉽지 않아 즉각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며 “할당계획만 발표되고 아직 기업별 할당량은 추정치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4차 배출권 할당계획을 통해 배출권 가격을 상향시켜 탄소 감축 유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첫 시작부터 기대와 다른 모습에 다소 당황한 분위기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유상 경매 참여가 저조한 것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기업들이 직접 움직이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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