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책 로드맵·맞춤형 지원없인 러스트벨트 피하기 어렵다"[한국판 러스트벨트를 가다]

박신영 기자,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2 18:28

수정 2025.11.12 18:27

4·끝 전문가들이 말하는 생존해법
석화 구조조정 위해선 R&D 확대
철강, 설비·에너지인프라 지원을
구조조정 기업 에너지 비용 부담
연료비 연동·전입별 요금제 필요
포항철강산업단지 전경 포항시 제공
포항철강산업단지 전경 포항시 제공
"정책 로드맵·맞춤형 지원없인 러스트벨트 피하기 어렵다"[한국판 러스트벨트를 가다]
철강·석유화학 등 전통 제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책 로드맵과 맞춤형 지원 없이 한국판 러스트벨트(쇠퇴한 산업지대)를 피하기 어렵다"며 입을 모았다.

전력요금 상승·탄소중립 전환·수요산업 연계 등 복합 과제를 안고 있는 철강·석유화학 업계에 '핀셋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 "R&D가 가장 현실적 방안"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안 중 실현 가능성이 높은 수단으로는 '연구개발(R&D) 지원'이 꼽힌다.

김용석 세종대 화학과 교수는 "R&D 확대에 대한 산업계의 요구는 타당하며 정부도 이를 정책화하려는 분위기"라며 "기술 방향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만 제공된다면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산이나 구조조정은 이해관계 조율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반면 R&D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실행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여수·울산·대산 등 각 산업단지의 여건과 기업 상황에 맞춰 필요한 R&D 주제가 다르다"며 "한국화학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신속한 수요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철강업계 역시 형강·강관 등 공급과잉 품목을 감축하고 전기강판·특수강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일 자발적 구조조정 참여 기업에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철강특별법'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단순한 감축 권고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수소환원제철 등 고도화 기술은 제품 단가가 2배 이상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R&D뿐 아니라 실증 설비·에너지 인프라·수요 연계까지 정부의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급 소재 개발이 자동차·조선 등 실제 수요 산업으로 이어지도록 연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 교수는 "철강산단을 수소 기반 복합산단으로 전환하고 정부·업계·수요처가 함께 협력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구두 약속이 아닌 법과 제도에 근거한 명확한 실행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한전 흑자 전환, 요금 인하 여력 마련 가능성

높은 에너지 비용도 구조조정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중국 대비 높은 수준으로 제조업 전반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무조건적인 요금 인하보다는 연료비 연동제와 전압별 요금제를 도입해 요금이 자연스럽게 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연료비 연동제는 도입됐지만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전압별 요금제는 아직 시행되지 않고 있다. 유 교수는 올해 한전의 흑자 전환을 계기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매년 한전의 누적 적자는 감소세에 있다"며 "흑자 폭을 일부 줄이는 선에서 산업용 요금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일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53~61%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발전 부문의 유상 배출권 비중은 50%로 늘어나고 비발전 부문도 15%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고 있는 철강·정유·비철금속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 산업의 배출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