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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산업 시계 급박히 도는데 경제법안 계속 뭉갤 텐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2 18:38

수정 2025.11.12 18:38

K스틸법, 반도체법 등 국회 표류
정쟁에 발목 잡혀 경제까지 피해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주상에서 근로자들이 쇳물을 생산하는 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주상에서 근로자들이 쇳물을 생산하는 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내년 성장률이 소폭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우리 경제 근본 체력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내수 회복력은 기대보다 약하고 외환시장도 연일 불안하다. 12일 원·달러 환율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1470원까지 올랐다. 지난 4월 9일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해제에 따른 달러 강세 기대감에 약세를 면치 못한 것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1일 김지형 신임 경사노위 위원장과 만나 노조 의견만 반영된 노란봉투법(노조법)으로 향후 현장에 대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입법은 노조법만이 아니다. 연거푸 개정된 상법 처리도 마찬가지였고 정년연장 법안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시간을 다퉈야 하는 법안들은 나 몰라라 하며 뭉개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시계는 하루하루 숨 가쁘게 돌아간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면 페이스를 잃고 순식간에 낙오대열로 빠지는 속도 경쟁의 시대다. 민생 쿠폰과 재정 확장으로 겨우 올린 성장률에 만족하며 한숨 돌리고 있을 상황은 결코 아닌 것이다.

국회에서 표류 중인 경제·민생 법안부터 바로 챙기고 보완이 필요한 법안 후속 작업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절실한 법인데 정쟁에 발목 잡혀 빛을 못 보고 있는 법안이 한둘이 아니다. 주요 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옮기면서 국내 제조업은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해외 보호무역 파고에 생존을 위협받는 지경에 놓였다.

대표적인 업종이 철강이다. 한때 우리의 고도 성장을 이끈 주역이었으나 생사를 걱정할 만큼 중대 고비를 맞았다. 미국의 50% 관세에 이어 유럽연합(EU)의 고관세까지 앞을 가로막고 있다. 수출 양대 시장이 쪼그라들고 내수도 힘겨운 상황에서 지원법안을 언제까지 잠만 자게 둘 것인가. 지난 8월 초 심각성을 깨달은 여야 의원이 공동으로 발의한 법안이 K스틸법이다. 철강 산업 경쟁력을 위해 5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다. 여야 이견도 없는 만큼 처리 못할 이유가 없는 법안이다.

반도체지원법과 인공지능(AI) 관련 법안 처리도 시급하다. 반도체법안은 주 52시간 연구개발직 예외 적용을 두고 여야가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선 인프라 신속 구축, 보조금 기금 조성, 연구개발 세액공제 확대 등 이견 없는 조항부터 처리하고 근로시간 논의는 추후로 넘기는 것도 방법이다.

주 52시간 예외조항은 언젠가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속도 경쟁 시대에 근로시간 규제 족쇄를 채우는 것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첨단산업계의 현실을 모르는 근시안적 판단이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대만의 TSMC나 미국의 엔비디아에 개발직 시간 규제 자체가 없다.

AI 관련 법안은 무려 27개가 방치돼 있다. AI 산업 분야 규정이 모호한 경우 규제 적용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 AI산업 발전 특별법과 AI 인재육성 특별법 등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무런 진전이 없다. 정치권의 입법 지원이 없으면 AI 3강 달성은 멀어질 것이다.
그저 말 잔치에 그칠 수 있다. 경제계의 노란봉투법, 상법 보완 입법 요구도 흘려들어선 안 될 것이다.
기업 발목을 잡으면서 경제 성장을 바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