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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압승에 맞불…트럼프 ‘생활비 잡기’ 총력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3 06:40

수정 2025.11.13 06:40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최근 미국의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생활비 경감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인당 2000달러 '관세 배당금' 지급 구상을 내놓았고, 백악관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커피와 바나나 등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상품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중대한 발표'를 예고했다. 50년 만기 모기지론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다. 최근 뉴욕시장, 뉴저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패배한 이후 '생활비 완화'를 정책 중심에 두고 서민층이 체감하는 물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베선트 "커피·바나나 가격 인하"

베선트 장관은 1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앞으로 며칠 안에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품목, 예를 들어 커피, 바나나 등과 관련된 중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가격을 매우 빠르게 낮추는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생활필수품 가격 하락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날 "커피 수입 관세를 낮추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은 하와이와 플로리다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 바나나 생산을 하고 있지만 상업적 규모는 제한적이며, 대부분의 물량을 중남미 등 저비용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지난 며칠간 사람들은 식품에 대한 관세를 바꾸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그래서 나는 (식품 관세에)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해싯 위원장은 외국 기업이 미국 자회사를 이용해 관세를 피하려는 꼼수를 막기 위한 제도를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2000달러 관세 배당금 논란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주말 1인당 2000달러 '관세 배당금' 지급 구상을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관세 수입이 워낙 많기 때문에 고소득자를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1인당 최소 2000달러의 '관세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 역시 이날 이에 대해 "백악관은 그것을 실현하는 데 전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모든 법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관세 수입은 증가했다. 관세 수입은 지난 9월 30일로 끝난 회계연도 기준으로 1950억 달러를 기록해 2024 회계연도의 770억 달러보다 153%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연방 세수의 4%에도 못 미친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민주당이 생활비 위기를 주요 의제로 삼아 선거에서 승리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 같은 정책을 돌연 제시했다고 분석하며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예일대학교 예산연구소의 존 리코 분석가는 트럼프의 관세 수입이 연간 2000억~3000억 달러 규모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어린이 포함)에게 1인당 2000달러를 지급하려면 총 6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그는 AP통신에 "들어오는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CNN은 1인당 2000달러를 지급할 경우 총 326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또 의회의 승인이 변수다. 알렉스 빈(Alex Beene) 미 테네시대학교 마틴캠퍼스 금융문해교육 강사는 "대법원이 관세 정책을 위헌으로 판단하지 않아 해당 세수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의회는 이 돈을 급증하는 국가부채를 상환하는 데 활용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50년 만기 초장기 모기지 제도 논의


최근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제도 도입 가능성도 제기됐다. 빌 풀트 연방주택금융청(FHFA) 국장은 지난 주말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도입을 시사하며 "완전히 판도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50년 만기 모기지 제도는 공급 부족과 고금리 등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약간 도움이 될 수도 있다(It might help a little bit)"고 답했지만, 적극적인 지지는 표하지 않았다. 베선트 장관도 "효과가 불확실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부터 자동차 대출 이자 공제, 일부 고령층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비과세 등 세제 완화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2024년 12월 31일 이후부터 2029년 1월 1일 사이에 태어난 자녀의 부모가 '트럼프 계좌(Trump Account)'를 개설하면 1000달러의 초기 예치금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에너지 비용 및 약값 인하 등으로 물가가 전임 정부보다 나아졌다고 강조하며, 중산층 감세안 등의 영향으로 "내년에는 미국 국민들이 더 많은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