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슬리퍼·츄리닝 차림의 수험생들
"선배들이 끝나면 우리의 시작" 후배들 응원
입실 마감 앞두고도 긴급 수송 없이 차분히 진행
"선배들이 끝나면 우리의 시작" 후배들 응원
입실 마감 앞두고도 긴급 수송 없이 차분히 진행
14일 오전 7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고사장인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교문 앞에서 수험생 김성윤군(19)의 어머니 A씨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날 시험장에는 아직 해가 완전히 뜨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많은 수험생들은 패딩 대신 슬리퍼·츄리닝 바지 등 편한 차림을 선택했다. 경기상업고 3학년 김군은 전날 예비소집 때보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는 "주변에서 너무 많이 응원해줘서 부담이 돼 자제해달라고 했다"고 웃어 보이며 "그래도 가족들이 격려해 준 덕분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동대문구에서 온 A씨는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였지만 끝까지 아들을 배웅했다. 그는 "머리만 대면 바로 잠드는 아이라 잠은 푹 잤더라"며 "잘할 거야, 아들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전했다. 교문을 바라보며 눈가를 여러 차례 훔치는 모습에서 긴장과 애틋함이 동시에 묻어났다.
용산고 앞에는 인근 배문고 학생회 응원단도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 1·2학년 학생들은 피켓을 흔들며 선배들을 향해 "수능 대박"을 외쳤다. 배문고 학생회 소속 이동진군(18)은 "선배들의 수능이 끝나면 우리의 시작"이라며 "지금까지 준비해 온 대로만 잘하시라"고 응원을 전했다.
학부모 응원단은 따뜻하게 데운 보리차 음료와 간식 봉투를 직접 나눠줬다. 수험생이 지나가면 "힘내", "하던 대로 해" 같은 짧은 격려가 이어졌다.
구로동에서 온 맞벌이 양일영씨(49) 부부는 아들 문형군(19)을 들여보낸 뒤에야 직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내 이미선씨(43)는 "어제 예비소집부터 함께 오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며 "평소처럼 먹고 힘냈으면 해서 좋아하는 반찬을 넣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6시부터 8시 30분 입실 마감까지 용산고 앞 사거리 일대를 통제했다. 순찰차를 대기해 혹시 모를 지각 상황에 대비했지만, 긴급 수송 사례는 없었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학생들이 퇴실하는 오후까지 학교 앞에서 안전 관리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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