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물가에 쫒기는 美 트럼프, 중남미 농축산물 관세 파격 인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4 09:46

수정 2025.11.14 12:07

美,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4개국과 무역 합의...10~15% 상호관세
커피, 코코아, 바나나, 소고기 등 특정 품목 관세 대거 낮추거나 없애기로
이달 지방선거 패한 트럼프, 물가 안정에 총력
민생 물가에 직결된 식료품 관세 깎으며 고물가 논란 진화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로케 페레즈에서 촬영된 소 목장.AP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로케 페레즈에서 촬영된 소 목장.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중남미 4개국과 무역 협상에서 생필품 및 농축산물 관세를 대거 낮추거나 철폐하기로 했다. 현지에서는 이달 지방선거에서 대패한 트럼프 진영에서 물가 안정에 집중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CBS방송에 따르면 미국 백악관은 13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를 포함한 중남미 4개국과 '상호무역협정 프레임워크' 공동성명을 각각 발표했다. 미국은 향후 에콰도르 수입품에 15%의 상호관세를 적용하고, 다른 3개국에는 10%만 받기로 했다.

다만 미국은 일부 품목의 경우 관세를 더 낮추거나 없앨 예정이다.

13일 백악관은 이날 언급한 중남미 4개국에서 수입하는 기계류, 보건·의료제품,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화학물질, 자동차, 특정 농산물,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는 섬유·의류 등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철폐하겠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커피, 코코아, 바나나 같은 품목에 대해 일정한 긍정적 가격 구조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커피, 코코아, 바나나 등의 가격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 그런 것들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관세 비용의 일부라도 소비자에게 전가됐다면, 이제 소매업자들이 그런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현재 에콰도르는 커피, 코코아, 바나나같은 농산물을 미국에 대거 수출하고 있다.

관계자는 이날 아르헨티나에서 수입하는 소고기도 언급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산 소고기의 자연스러운 수입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내) 전반적인 소고기 공급을 충족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미국 내 소고기 가격 상승을 비난하고 "육가공 업체들이 불법 담합, 가격 고정, 시세 조작으로 소고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즉각적인 수사를 지시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합의는 미국 내 물가 상승과 이로 인한 지방선거 참패를 의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 보도에서 트럼프가 최근 물가 상승으로 정치적 난관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지난 4일 동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NYT는 트럼프와 공화당이 지난해 대선에서 물가 안정을 약속했지만, 이번 지방선거에서 같은 공약을 꺼내 든 민주당에게 밀렸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ABC방송·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24∼2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1%가 식료품비를 두고 전년 대비 늘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59%는 물가 상승에 대해 트럼프를 탓했다.

백악관의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2일 대담에서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협상이 끝났느냐는 질문에 "이건 계속 진행 중인 절차"라고 답했다. 그는 "지난 며칠간 사람들은 식품에 대한 관세를 바꾸는 것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그래서 난 (식품 관세에)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 장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가 여기 미국에서 재배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중대한 발표가 향후 며칠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가 그중 하나이며 바나나와 다른 과일 같은 것들이 있다.
그래서 가격이 매우 빨리 낮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한 마트에서 쇼핑객이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다.AP뉴시스
10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한 마트에서 쇼핑객이 장바구니를 채우고 있다.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