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인종차별 눈 찢기인가, 억울한 오해인가” 전북 코치 손짓 하나에 K리그가 뒤집혔다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4 11:18

수정 2025.11.14 11:18

프로축구 K리그1 전북현대의 타노스 코치.사진=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 제공 영상 캡처)
프로축구 K리그1 전북현대의 타노스 코치.사진=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 제공 영상 캡처)

[파이낸셜뉴스] 프로축구 K리그1 챔피언 전북 현대가 예상치 못한 후폭풍에 휘말렸다. 우승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외국인 코치 타노스의 ‘손동작 논란’이 인종차별 문제로 비화하며 K리그 전체를 흔드는 사안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전북 구단으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경위서를 제출받았으며,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 판단만을 남겨 둔 상황이다. 연맹 내부에서는 “인종차별은 행위자의 의도보다 피해자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핵심”이라는 입장이 우세해 상벌위 개최는 사실상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사건은 지난 8일 전북과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에 벌어졌다.

VAR 온필드 리뷰 과정에서 김우성 심판은 대전의 핸드볼을 선언하며 전북에 페널티킥을 줬고, 이 과정에서 타노스 코치는 격렬한 항의를 이어가다 옐로카드를 받았다. 판정이 확정된 뒤에도 그는 계속 언성을 높였고 결국 퇴장 명령이 내려졌다. 문제는 바로 그 직후였다. 타노스 코치는 양 손의 검지로 자신의 양쪽 눈을 가리키는 손동작을 했고, 김우성 심판은 이를 자신을 향한 ‘눈 찢기’ 제스처. 즉 명백한 인종차별 행위로 받아들였다.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는 이 사건을 ‘즉각적인 징계 사안’으로 규정하며 연맹과 대한축구협회에 공식적으로 징계 착수를 요구했다. 심판협의회는 필요하다면 FIFA 등 국제기구에 제소하겠다는 강경한 입장까지 내놓으며 사안을 더욱 확산시켰다. 반면 전북 구단은 “해당 손동작은 ‘당신도 봤지 않느냐’는 의미일 뿐, 인종차별 의도는 일절 없다”며 오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전북 관계자는 “남미 문화권에서는 심판에게 판정의 근거를 묻는 과정에서 흔히 쓰는 제스처”라고 설명하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론과 축구계마저 둘로 갈라졌다는 점이다.

인터넷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누가 봐도 인종차별이 아닌데 심판이 과민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부 K리그 프런트 관계자들은 “맥락상 인종차별 의도가 없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글로벌 스포츠 환경에서는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며 보다 조심스러운 태도를 주문했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남미에서 오래 생활한 이들은 해당 제스처가 인종차별적 뉘앙스를 담고 있다는 걸 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그뿐 아니라 “연맹이나 협회가 판단하기도 전에 심판협의회가 성명을 낸 건 다소 성급했다”고 지적하며 또 다른 갈등의 불씨를 드러냈다.

연맹 상벌위가 이 사건을 인종차별로 최종 규정할 경우 전북이 받을 타격은 가볍지 않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타노스 코치는 최소 10경기 이상 출전정지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제재금을 받을 수 있으며, 구단 역시 10점 이상의 승점 감점, 무관중 홈경기, 제3지역 홈경기 개최, 2천만 원 이상의 벌금 등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전북이 올 시즌 포옛 감독과 함께 ‘재건의 우승’을 이뤘지만, 다음 시즌을 대규모 징계와 함께 시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K리그는 최근 몇 년간 국제적 위상 강화를 위해 인종차별 문제를 엄격히 다뤄 왔고, 이번 사건은 단순한 현장 내 충돌을 넘어 K리그의 ‘인종차별 대응 기준’을 새롭게 시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북 측은 의도 없는 오해라고 주장하고, 심판협의회는 인종차별로 단정하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고, 축구계는 찬반으로 갈라진 가운데 팬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이제 공은 상벌위의 결정으로 넘어갔다.
이 판단은 전북의 내년 시즌 출발은 물론, K리그 전체의 인종차별 규정 적용 기준을 새롭게 규정할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