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제주에서 사망한 쿠팡 기사 고(故) 오승용 씨(향년 33세)의 유가족이 "쿠팡 대표는 과로로 숨진 고인의 영정과 유가족 앞에 직접 와서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유족은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고는 최악의 과로 노동에 내몰아 왔던 쿠팡의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유족은 "고인은 일주일에 6일을 계속 밤바다 12시간씩 일해야 했고 아버지 임종도 보지 못한 채 장례를 책임져야 했다"며 "이후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일하러 갔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고 깊은 슬픔을 표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 고인은 지난 4일 새벽배송을 하느라 부친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 불과 10분 거리에서 배송하고 있었지만 임종을 보지 못하고, 부친이 돌아가신 후에도 4시간가량 더 일을 하고 난 후에야 장례식장에 갈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인과 직접 계약 관계인 대리점 관계자는 현장 복귀를 압박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인이 부친을 땅에 묻고 온 그날인 지난 7일 메시지를 통해 "내일 출근할 수 있느냐"고 물은 것이다. 당초 고인은 2일의 휴무를 원했지만 대리점으로부터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 하루(8일) 휴식을 취하고 이튿날 새벽배송에 나선 고인은 결국 사고로 숨졌다.
대리점 내 충분한 백업 기사가 존재하지 않은 상황, 연속 7일 이상 초장시간 노동이 횡행하는 사내 분위기 등으로 인해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실제 고인의 휴대전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고인과 같은 대리점 소속인 쿠팡 새벽배송 기사 중에는 최장 15일 이상 연속 근무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인 역시 생전 쉬는 날에도 대리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일을 하러 나가는 일도 종종 있었다는 것이 유족 측의 설명이다.
쿠팡 측은 아직 유족에게 사과나 장례식장을 찾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의 누나 오 모 씨는 "쿠팡이 우리 가족에게 제대로 사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족은 "우리 가정은 가장을 잃고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놓였다. 쿠팡은 유족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할 대책을 세워 당장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족은 재발 방지의 필요성에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제2, 제3의 오승용이 나오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국민들과 택배노동자들 앞에 제시해달라. 그래야 승용이가 눈을 감을 수 있다"고 쿠팡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 2024년 8월 쿠팡CLS 스스로가 내놓은 과로사 대책인 '야간 택배노동자 격주 주 5일제'가 고인에게는 적용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며 "고인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69시간으로 과로사 인정 기준에 따르면 83.4시간이다. 쿠팡이 사회적 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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