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벤처투자 역할 강조
산업의 혁신 도모에 필수
정책금융의 전략적 재편
제도적 유연성 확보 제언
이번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40여명의 전문가들은 벤처시장 육성과 혁신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책·민간 부문의 과제를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의 자금이 부동산 등 가계대출 부문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되는 문제에 대해 공감했다. 한국 제조업의 혁신을 도모하고 역동성을 회복하려면 민간 벤처투자 부문의 투자가 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제도적 유연성을 키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 CVC 규제 합리화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와 김현열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제1세션에서 '벤처투자기구의 종합 평가와 향후 정책적 과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한 교수와 김 박사는 “국내 벤처캐피탈 시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국 중 투자 규모 5위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정책금융에 대한 의존도가 아직도 높다”면서 “반면 연기금·공제회의 출자 비중은 3% 수준에 그쳐 미국(42%)·유럽(12~18%)과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의 역할 강화와 정책금융을 통한 창업초기기업·지역산업 지원 등 ‘시장실패 구간’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정책자금 성과평가체계가 투자규모 중심보다는 ‘정책목표 부합도’와 ‘기업 성장 기여도’ 중심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과제로, 대기업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활성화를 꼽았다. 두 연구자는 “현재 일반지주회사 소속 CVC가 전체 벤처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미만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주요국 수준(미국 49.5%, 일본 45%)에 비해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CVC가 “대기업-스타트업 간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촉진과 민간 모험자본 확충에 기여할 수 있다”면서, 지주사 CVC의 외부자금 출자비중(40%) 상향 및 해외투자 한도(20%) 완화를 비롯해 창업기획자(AC) 형태의 CVC 허용 등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세 번째 과제로는 연기금·퇴직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벤처펀드 출자 확대를 꼽았다. 아울러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가 비상장 혁신기업에 대한 공모형 자금 공급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 번째 과제로 규제샌드박스 개선을 통한 벤처혁신 촉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또한, 2019년 도입된 규제샌드박스가 혁신 실증의 통로이긴 하지만, 승인 지연과 부처 간 책임 분산으로 실효성이 낮았다고 지적하면서, 심의 절차의 신속화, 특례조건의 합리화, 법령 정비의 책임화 등의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 모험자본 회수시장 다변화
윤선중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와 한재준 교수는 제2세션에서 ‘모험자본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를 주제로 토론했다. 국내 벤처투자 구조가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갖고 있는데다 기업공개(IPO) 중심의 회수구조가 고착화된 점을 지적하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방향을 제시했다.
윤 교수와 한 교수는 “국내 모험자본은 리스크를 공유하는 구조가 아닌 회피하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RCPS 남용으로 인한 스타트업의 현금흐름 악화와 혁신 위축을 우려했다. 또한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의 금융상품의 표시 회계기준(IAS32)에 따라 상환권이 부여된 RCPS는 실질적으로 부채로 분류되어야 하며, 공적기금은 보통주나 SAFE(조건부지분인수계약)와 같은 리스크 공유형 투자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내 회수시장이 IPO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의 스타트업이 IPO까지 평균 14년이 걸리는 반면, 미국은 M&A 중심으로 평균 5년 내 회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M&A를 중심으로 한 조기 회수 생태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BDC와 CVC를 활용한 회수시장 자금 공급 확대를 핵심 방안으로 제시했다. 발제자들은 “BDC는 중장기 ‘영구자본(permanent capital)’의 공급원으로, 지분형 투자 중심으로 정착될 경우 회수시장의 안정적 자금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세제 인센티브 설계가 제도의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CVC 제도 개선을 통한 M&A 연계투자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대기업 중심의 CVC에서 중견기업 중심의 산업형 M&A로 확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 외부출자비율 확대, 독립법인 CVC 활성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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