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필요가 프레임을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유럽은 폐플라스틱, 폐고무 같은 가연성 폐기물을 평균 60%까지 대체연료로 쓴다. 한국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30% 수준이다. 2026년 수도권 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 하루 1만t 넘는 생활폐기물이 소각장으로 몰릴 상황이다. 공공 소각장은 이미 꽉 찼다. 민간 소각장과 시멘트 소성로가 받아낸들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순환자원을 쓰면 쓰레기 시멘트, 안 쓰면 탄소감축 의지 없음이란 낙인에서 업계는 자유롭지 못한 듯 보인다. 죄목은 두 개인데 피할 길이 없다.
더 큰 위기는 따로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며 시멘트 내수는 올해 3650만t으로 예상된다. 34년 만의 최저치다. 업계 일각에선 이것을 경기 사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로 본다. 한 관계자는 "1990년대 초반 생산능력 4210만t에 내수 3710만t이 전 저점이었는데, 지금은 6100만t 생산능력에 가동률이 60%도 안된다. 임직원의 심리적 공황이 상상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익은 줄고 투자할 돈은 말라가는데, 강화된 NDC는 규제 부담이다. 산업 체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유해성 검증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비난만 던지고 대안은 비워두는 방식으로는 어느 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시멘트는 국가기간산업이다. 도로·철도·주택의 뼈대이자 사회간접자본(SOC)의 기본 자재다. 산업이 붕괴돼 옆 나라에서 시멘트를 전량 수입해 오면 마음이 편할까. 과한 상상이지만 공급망 불안과 가격 폭등은 계산기만 두드려봐도 나온다. 탄소감축과 순환경제는 피할 수 없는 방향이 맞다. 그렇다면 책임도 나눠 져야 한다. 업계만 탓하고 정부는 규제만 얹는 방식으론 생태계가 유지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건 함께 버틸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비난은 쉽다. 산업을 남겨두는 일은 훨씬 어렵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려운 쪽을 말해야 할 때인 것 같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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