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팩트시트' 마련, MOU 체결
2천억달러 투자 등 세부 문제 남아
2천억달러 투자 등 세부 문제 남아
양국의 MOU 체결로 무역협상이 시간을 다소 끈 끝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시작은 이제부터다. 가장 중요한 것은 3500억달러 대미 투자액 마련과 수익회수 문제다.
3500억달러는 1년에 200억달러 한도로 10년간 투자하는 현금 2000억달러와 조선협력 1500억달러로 구성된다. 3500억달러는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나 되는 큰돈이다. 1500억달러 투자의 이익은 한국에 귀속되기에 큰 걱정은 없다. 문제는 2000억달러 부분이다.
정부는 외화자산 운용수익을 활용하거나 외화채권을 발행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다른 원인들도 있겠지만 외환시장은 벌써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 적지 않다.
한국이 투자한 돈은 미국의 재량으로 쓰게 된다. 정부는 조선,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AI) 등 양국의 경제와 국가안보 증진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쓰일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미국은 그동안 투자가 부진했던 원전이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투자처를 확인하면서 관련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팩트시트 마련으로 자동차 관세는 15%로 인하됐지만, 철강이나 반도체 등 해결되지 않은 분야도 많다. 특히 철강에 대한 50% 관세는 한국 철강의 미국 진출에 큰 장애로 작용할 것이다. 경기불황과 중국의 덤핑으로 그러잖아도 고사 직전에 놓인 철강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K스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안보 분야에서는 원자력잠수함 건조와 이를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핵재처리 허용을 얻어냈다. 한국은 국방비 지출을 GDP의 3.5%로 증액하고,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장비 구매에 250억달러(약 36조원)를 지출하며, 주한미군에 330억달러(약 47조원) 상당의 포괄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은 핵 능력을 포함한 모든 역량을 활용해 확장억제를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안보에서의 '기브 앤드 테이크'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양국 협력의 일환으로 본다. 미국은 주한미군을 유지하고 북핵에 공동 대응하는 대신 한국은 자체 국방력 강화를 위해 얻어낼 것은 얻어냈기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될 원자력잠수함 건조 장소와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과제로 남았다. 우리는 국익을 우선시하며 국내에서 우리 손으로 건조할 수 있도록 앞으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는 현 수준 유지 조건도 빠졌다. 여전히 협상을 통해 결정될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이번 팩트시트 확정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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