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AI만 돈 된다”…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양극화 심화

신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7 11:42

수정 2025.11.17 10:35

3·4분기 투자금 176조원, 건수는 22% 감소 ‘역대 최저’
AI 스타트업이 전체 투자금의 절반 이상 흡수
북미 122조원↑ vs 아시아 23조원↓, 지역 격차 확대
분기별 글로벌 벤처 투자 건수(왼쪽) 및 투자 금액 추이. 더브이씨 제공
분기별 글로벌 벤처 투자 건수(왼쪽) 및 투자 금액 추이. 더브이씨 제공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시장이 2025년 3·4분기 금액 기준으론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으나, 투자 건수는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 대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구조가 이어졌으며 특히 북미 시장이 전체 투자금의 대부분을 흡수하며 지역 간 격차도 확대되는 모습이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는 17일 '2025 Q3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동향' 보고서를 내고 "소수의 검증된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이 지속되며 투자 건수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진단은 글로벌 통계에서 그대로 확인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글로벌 벤처 투자 금액은 1207억달러(약 17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했다.

반면 투자 건수는 757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감소했다. 이는 2022년 3·4분기 이후 8분기 연속 감소이며, 2016년 4·4분기 이후 가장 낮은 분기 건수다. 투자금이 늘었는데 건수가 줄었다는 점에서, 시장에선 투자 회복보다 자금의 집중 심화로 기울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CB인사이츠의 'State of Venture' 3·4분기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읽힌다. 이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집계된 글로벌 누적 투자금은 3096억달러(약 451조원)로, 이미 2024년 전체 투자금(2912억달러·약 424조원)를 넘어섰다. 올해는 연간 투자금이 4128억달러(약 60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대비 51% 증가한 규모다.

CB인사이츠는 특히 인공지능(AI)이 투자 성장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분야 투자 금액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5년 3·4분기까지 AI 분야 연간 투자 금액은 1483억달러(약 217조원)로, 전년의 927억달러(약 136조원)를 크게 웃돌았다. AI 투자 건수 역시 전체의 30.3%를 차지하며 지난해보다 비중이 상승했다.

올해 3·4분기까지 연간 투자 금액에서 AI 스타트업 대상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글로벌 시장의 경우 51%, 미국 시장에서는 85%까지 증가했다. 올해 글로벌 벤처 투자 회복세는 사실상 AI 투자 급증이 만든 착시적 회복으로 분석된다.

대형 투자 집중 현상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글로벌 기업 정보 플랫폼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올해 3·4분기까지 글로벌 벤처 투자 금액의 30% 이상은 5억달러(약 7285억원) 이상의 라운드에서 발생했다. 특히 3·4분기에는 18개 기업의 초대형 라운드가 전체 글로벌 투자 금액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AI 파운데이션 모델 기업에 대한 집중이 두드러졌다. 3·4분기 글로벌 벤처 투자 금액 450억달러(전체의 46%)가 AI 분야로 흘러갔고, 이 중 130억달러가 ‘앤트로픽’ 한 곳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격차가 더욱 뚜렷하다. 피치북에 따르면 3·4분기 아시아 지역의 벤처 투자 금액은 158억달러(약 23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4%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북미는 835억달러(약 122조원)로 84.7% 증가하며 대조를 이뤘다. 이에 따라 아시아가 글로벌 전체 투자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에서 13.3%로 축소됐고, 같은 기간 북미는 56.8%에서 69.8%로 커졌다.

AI가 글로벌 투자 흐름을 결정하는 핵심이 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투자 쏠림은 더욱 강화되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AI 분야의 폭발적 성장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CB인사이츠는 “AI 스타트업들은 자본과 메가라운드 투자에서 과도하게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비 AI 스타트업들은 점점 더 까다로운 자금 조달 환경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