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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스타인 수발신 메일 절반서 트럼프 등장…공화 내 보복정치 우려도 확산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7 16:04

수정 2025.11.17 16:03

WSJ, 의회가 공개한 이메일 2300건 분석 엡스타인 파일 공개 촉구한 美 공화 의원 "트럼프의 '배신자' 낙인, 내 생명 위협해"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미국 국회의사당 밖에서 한 시위자가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파일 공개와 관련된 팻말을 들고 있다.AFP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미국 국회의사당 밖에서 한 시위자가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 파일 공개와 관련된 팻말을 들고 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 성착취 등 혐의로 수감 중 자살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생전 수발신 이메일 절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급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 간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이 사건과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배신자' 낙인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밝힌 공화당 의원의 발언까지 겹치면서 당내에선 보복 정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연방의회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파일 가운데 엡스타인이 생전에 지인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2300여건을 분석했다.

이 중에서 절반 이상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등장했다. 그가 처음 당선된 2016년 전후를 시작으로 언급 빈도가 부쩍 늘었다.

엡스타인이 친구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기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넘기거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인들의 질문에 답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엡스타인이 수발신한 메일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여러번 언급됐다는 것만으로 이들을 엡스타인의 범행과 연관 짓기는 어렵지만, 이를 암시하는 듯한 일부 내용도 발견됐다. 엡스타인 성착취 피해자 중 한 명이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자택에서 몇시간을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이 같은 내용의 메일은 엡스타인의 생전 여자친구이자 공범이었던 길레인 멕스웰에게 보내졌던 것으로, 지난 12일 민주당 감독위 하원 의원들에 의해 공개된 것이기도 하다.

이밖에 조사된 메일들에서 미국 CBS 앵커였던 찰리 로즈, 영화감독 브렛 래트너와 우디 앨런 등의 이름도 등장했는데, 이들을 두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10년대 후반 '미투' 열풍으로 망신 당한 공통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엡스타인은 당시 한 지인에게 보낸 메일에서 "미투에 걸린 많은 남자들이 나에게 연락해서 '이 광기가 언제 멈추느냐'고 묻고 있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로이터연합뉴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가 최근 들어 '엡스타인 파일(성접대 리스트)' 공개를 촉구한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공화·조지아)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가장 아프게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절대 사실이 아니지만, 나를 배신자라고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극도로 잘못됐으며, 그런 종류의 발언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에게 극단적으로 대하도록 만들어 내 생명을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린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숱한 인사들을 향해 '배신자'를 운운했을 때 자신이 침묵했다는 점을 지적 받자 "그건 공정한 비판"이라면서 "겸손하게 말하자면 내가 '유해한 정치(toxic politics·적대감이나 인신공격을 담은 정치적 발언)'에 가담한 것에 사과한다.
이는 우리나라에 매우 해롭다"고 답했다. 이어 "나의 말과 행동에 책임이 있으며, 나는 최근 정치적 칼을 내려놓으려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배신자로 낙인 찍힌 이유에 관한 질문을 받자 "안타깝게도 모든 것이 엡스타인 파일로 귀결된다"면서 "그럼에도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