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外人, 외우내환 겹친 中 증시 '저점 매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7 14:28

수정 2025.11.17 14:37

1~10월 中 증시 유입된 외국 자금 약 73조원...4년 만에 최고
AI 등 IT 종목 인기...미중 무역전쟁에 '저점 매수' 노려
美 기관 투자자 빠지자 공백 노린 외국인 늘어
지난 4월 16일 중국 상하이 시내에서 촬영된 증시 시황판.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 16일 중국 상하이 시내에서 촬영된 증시 시황판.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이후 경기 침체와 미국과 무역전쟁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중국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공지능(AI) 등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들을 눈여겨보다가 ‘저점 매수’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민간 국제금융기관 연합체인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인용해 올해 1~10일 중국 본토 증시에 유입된 역외 자금이 총 506억달러(약 73조7700억원)였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114억달러)보다 대폭 증가한 수치이며 지난 2021년 연간 유입액(736억달러)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많은 금액이다.

중국 CSI300지수는 2021년 2월에 코로나19 종식에 따른 회복 기대감으로 역대 최고치(5807.7)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경기·내수 침체로 상승세가 꺾이며 지수는 지난해 9월 3159.3까지 내려갔다.

캐나다 시장조사업체 알파인매크로의 왕옌 신흥시장·중국 수석 전략가는 “중국 시장은 2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투자가 불가능한 곳이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 BNP파리바자산운용의 다니엘 모리스 최고 시장전략가는 "한때 시장에서 중국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꺼려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다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올해 상하이·선전 본토 시장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들이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중국 딥시크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주식이 큰 인기를 끌었고, 아시아 금융 중심지에서 쏟아진 대형 기업공개(IPO)도 중국 증시를 밀어 올렸다. 미국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에르메스의 조너선 파인스 아시아 주식 대표는 "중국은 글로벌 시장 대비 여전히 기록적인 할인 상태지만 기술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며 "일부 영역에서는 미국의 유일한 실질적 경쟁자"라고 강조했다.

미국 씨티그룹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중국 주식 매수는 트럼프 정부가 중국 등 전 세계에 ‘상호관세’ 부과를 선언한 지난 4월 이후 오히려 늘었다. 투자자 유형별로는 약 55%가 매수, 45%가 매도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EPFR에 의하면 운용사가 특정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액티브 펀드들은 올해 중국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했다. 그러나 상장지수펀드(ETF)·뮤추얼펀드처럼 대표 지수를 추종하거나 혹은 다양하게 분산 투자돼 있는 패시브 펀드는 중국 시장에 꾸준히 투자했다.

FT는 중국 증시에 뛰어드는 외국 자금이 늘어나는 또 다른 이유로 미국 자본의 공백을 꼽았다.
실제로 텍스사주나 인디애나주 등 미국의 주정부 연금들은 올해 미중 관계가 나빠지자 미국 투자를 줄였다. FT는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를 위해 중국 주식을 주목하는 투자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BNP파리바의 모리스는 “당신의 포트폴리오 100%를 전부 나스닥에 넣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 증시의 연간 외국인 투자금 유입액> -2025년: 506억달러 *2025년 수치는 1~10월 집계 *자료: 파이낸셜타임스(FT)
<중국 증시의 연간 외국인 투자금 유입액> -2025년: 506억달러 *2025년 수치는 1~10월 집계 *자료: 파이낸셜타임스(FT)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