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직내괴' 신고받고 파주→나주 전보…법원 "분리 필요해도 과도"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7 15:34

수정 2025.11.17 15:34

'업무상 필요성' 인정 안 돼...사내 기준에도 안 맞아
다른 신고인 보호 조치 있다...'삶의 질 저하' 해소 고려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된 직원을 '분리 조치' 명목으로 경기도에서 전라남도로 전보 발령한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업무상 필요성과 전보로 인한 불이익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전보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공사는 2023년 12월 경기 파주지사에서 근무하던 A씨를 전남 나주로 전보했다. 파주지사 근로자 5명이 A씨를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신고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요청한 데 따른 것으로, 전입한 지 4개월 만에 1년 내 전보 금지 원칙을 깨고 내려진 조치다.



A씨는 이에 반발해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고, 지노위는 "업무상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생활상 불이익이 크며 사전 협의 등 절차도 거치지 않아 부당하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공사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다시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는 전보가 A씨와 신고인들을 분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와 피해자들 간 분리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원격지 전보에는 그 지역으로 보내야 할 별도의 업무상 필요성이 추가로 요구되는데 공사가 이를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승진자나 원격지 근무 미경험자 순으로 전보 대상을 정하는 공사 기준을 고려하면, A씨가 원격지 전보 대상자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A씨가 전남 지역 연고가 있고 지역 언론 대응 경험이 있다는 공사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A씨의 지역 연고가 특수하거나 담당 업무가 시급·중대하고 특별한 경력을 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공사가 A씨가 다른 지사 근무 당시에도 동료 고충 신고가 제기돼 수도권 근무가 제한됐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수도권 지사 배치 후 직무 조정을 통해서도 신고인 보호가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보 후 경기 화성시에 거주 중인 A씨가 통근이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매달 약 100만원의 주거비·교통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 점도 고려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부분은 원고가 제공하는 지원으로 보전될 여지가 있으나, 거주 및 왕래의 불편이나 격지 근무로 인한 삶의 질 저하까지 해소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