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DGIST, ‘카스킨2’ 단백질 기능 세계 최초 규명...뇌질환 치료기대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7 15:53

수정 2025.11.17 15:53

DIGIST 전경. 연합뉴스
DIGIST 전경.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과학과 시냅스 다양성 및 특이성 조절 연구단이 뇌 속 신경세포 간의 정교한 신호전달과 기억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스킨2(CASKIN2)’의 기능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시냅스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병,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다양한 뇌질환의 원인 규명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과학적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시냅스 전 말단에 위치한 ‘카스킨2 단백질’이 흥분성 시냅스의 기능과 강도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임을 확인했다. 특히 구조가 매우 유사한 ‘카스킨1 단백질’은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반면, 카스킨2는 신호전달 과정에서 고유하고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수행함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카스킨2 단백질이 신호를 보내는 신경세포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신호를 받는 세포의 기능까지 직접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점이다.

즉, 카스킨2는 시냅스 사이의 공간을 가로질러 두 세포 간 소통 전체를 조율하는 ‘마에스트로’의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과정이 ‘PTPσ’라는 또 다른 단백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단백질 간 상호작용이 실제 학습과 기억 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쥐 모델 실험으로 입증했다.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 신경회로에서 카스킨2 또는 PTPσ의 기능을 제거한 생쥐는 새로운 장소를 기억하는 ‘공간 인지 기억(spatial memory)’ 능력이 뚜렷하게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분자 수준의 단백질 기능이 고등 인지 기능인 학습과 기억의 토대가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과다.

고재원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신호를 보내는 세포의 카스킨2가 ‘PTPσ’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신호를 받는 세포의 기능까지 조절하고, 나아가 이러한 작용이 기억 형성 과정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며 “이는 신경세포 간 소통이 어떻게 정밀하게 이루어지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로, 카스킨2-PTPσ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뇌질환 치료제 개발의 과학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전문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 (PNAS)’에 2025년 11월 12일자 온라인 게재됐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