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돈도, 사람도, 확신도 없다" 제조기업, 'AI 전환 3중고'에 발목 잡혔다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8 12:00

수정 2025.11.18 12:00

대한상의 조사, 제조기업 82% "AI 활용은 아직"
AI 투자비용 부담, 인력 없고 효율성 담보 못 해
대기업 맞춤지원, 중소기업 단계 지원 등 필요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504개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의 AI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 설문 결과.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504개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의 AI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 설문 결과. 대한상의 제공

[파이낸셜뉴스] #. "생산 공정만 해도 인공지능(AI)으로 전환하려면 데이터 축적을 위한 라벨·센서 부착, CCTV 설치, 데이터 정제뿐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활용하는 비용, 로봇 운영을 위한 맞춤형 솔루션 구축, 관련 인력 투입 등 기존에 생각지 못한 자금이 들어갑니다." (대구 A 제조업체)
'AI 전환이 기업의 미래 생사를 가늠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정작 기업 현장에서는 자금, 인재, 효과성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기업 맞춤 지원, 중소기업 단계별 지원, AI 실증 모범사례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이 따랐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국내 504개 제조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의 AI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2.3%가 'AI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고 18일 밝혔다. 특히 대기업(49.2%)보다는 중소기업의 활용도(4.2%)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AI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 수준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73.6%는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AI는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만큼 규모별 비용부담 호소 비율은 대기업(57.1%)보다 중소기업(79.7%)이 높았다.

AI 전환 수요가 늘면서 인재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AI 활용을 위한 전문인력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0.7%가 '없다'고 응답했다. 'AI 인력을 어떻게 충원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기업의 82.1%가 '충원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내부직원 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으로 전환한다는 기업(14.5%)이나 신규 채용한다는 기업(3.4%)은 17.9%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AI 인재는 2만1000명 수준으로 중국(41만1000명), 인도(19만5000명), 미국(12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라며 "절대적 숫자도 적은데 그나마 있는 인재조차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I의 효과성'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전환이 성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60.6%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바라봤다.

대한상의는 AI 전환을 통한 기업 성장을 위해 먼저 '역량에 맞는 맞춤형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클라우드 인프라 지원, 데이터 접근성 강화 등 지원책에 대해 용처를 세세하게 제한하기보다는 기업이 자체 프로젝트에 맞게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점도 제언했다.

이밖에 AI 도입률이 낮은 기업에게는 단순 자금 지원, 장비 보급보다는 'AI 단계별 지원'이 필요하고, 많은 제조기업들이 AI의 '성능'을 체감할 수 있도록 실증 모범사례가 빨리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AI 활용 목적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64.1%가 '생산 효율화'를 꼽은 만큼, 제조업체가 밀집돼 있는 지역에서 제조 AI 모델 공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지금은 AI에 대한 미래 조감도를 정교하게 만드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실제 데이터 축적과 활용, 인재 영입 등에 뛰어들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모델 공장, 솔루션 보급 등 제조 현장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더불어 강력한 지원, 파격적인 규제 혁신을 담은 선택과 집중의 메가 샌드박스라는 실행전략이 맞물려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