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英 기독교학교, '케데헌' 노래 금지 이유…"가사 속 '악귀', 기독교인에게 불편"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8 13:58

수정 2025.11.18 12:41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제공. /사진=뉴시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넷플릭스 제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영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노래 부르는 걸 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BBC방송, 인디펜던트 등 영국 현지 언론은 영국의 한 성공회 학교에서 이 같은 금지 결정을 학부형들에게 공지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독교인들에게 '불편한' 내용이 노래 가사에 담겨 있다는 게 금지 이유였다.

잉글랜드 남부 도싯에 위치한 이 학교는 유치부와 초등 1∼2학년이 다니는 기독교 학교다.

지난 14일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보낸 이 학교 로이드 앨링턴 대행 교장은 "우리는 자녀가 집에서 어떤 콘텐츠를 접할지 선택할 수 있는 여러분의 권리를 충분히 존중하지만, 동시에 학교의 다양한 신념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자신의 신념과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존중하는 뜻에서 자녀들이 이 노래를 학교에서 부르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케데헌'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걸그룹 헌트릭스가 주인공이다. 이들이 노래로 악귀들을 물리치는 내용이라 노래 가사에도 악귀가 등장한다.

인디펜던트는 일부 기독교인에게 악귀에 대한 언급은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학교 측 대응을 해석했다. 악귀, 악마는 기독교인들에게 하나님과 선함에 반대하는 영적 세력으로 연관시킬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앨링턴 교장은 "(악귀 같은) 이런 언어를 허구적으로, 또는 장난스럽게 사용하는 것조차 기독교 신앙과 충돌할 수 있다"며 "특히 우리 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함양하는 학부모들이 선택한 기독교 학교"라고 강조했다.

학교의 공지문을 받아든 학부형들의 반응은 달랐다.

자신을 무신론자라고 밝힌 한 아버지는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 딸은 K팝에 빠져 있고 딸의 친구들도 K팝을 좋아한다"면서 "(학교의 금지는) 조금 불공평하고 어리석은 결정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 처럼 학교의 조치에 학부모들이 반대 입장을 전하자 앨링턴 교장은 이날 두 번째 서신을 보냈다.

그는 "케데헌과 그 음악에서 볼 수 있는 긍정적인 주제에 대해 생각을 알려주신 학부모들께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팀워크, 용기, 친절과 같은 가치가 어린이들에게 중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를 케데헌 속 '골든'이라는 노래가 알려주는 데 도움이 됐다고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학부모가 집에서 아이들이 접할 콘텐츠를 선택할 권리를 완전히 존중하지만, 학교 공동체 내 다양한 믿음도 신경 쓰고 있다"며 "일부 기독교인에게 악귀의 언급은 아주 불편한 일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