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태풍·폭우로 수십억弗 손실
필리핀 9월 이후 초대형 태풍 4번
기존 우기패턴과 달라 예측 불가
관광·농업·제조업 등 전방위 피해
2070년 GDP 17% 감소 예측도
현지진출 기업 인프라 보강 나서
필리핀 9월 이후 초대형 태풍 4번
기존 우기패턴과 달라 예측 불가
관광·농업·제조업 등 전방위 피해
2070년 GDP 17% 감소 예측도
현지진출 기업 인프라 보강 나서
【파이낸셜뉴스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베트남에서 제조시설을 운영 중인 국내 기업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에서 이상 기후 현상이 현지 사업에 있어서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아세안 지역 경제가 기후 충격으로 흔들리고 있다. 특히, 필리핀·베트남·태국은 올해 태풍·폭우·장기 홍수로 수십 억 달러의 경제적 직접 피해를 입었고, 기후 재해로 관광·농업·제조업 등 핵심 산업의 생산 기반이 동시에 약화됐다.
재난이 반복되면서 복구 기간이 확보되지 않는 '연속 충격' 양상도 뚜렷하다. 국제기구들은 이러한 기후 패턴이 지속될 경우 동남아의 장기 성장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다음 세기에는 아세안의 국내총생산(GDP)가 기후 재난으로 인해 41%의 손해를 입을 것이란 충격적인 전망도 나오면서 기후 재난 대응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나온다.
ASEAN 국민들도 기후위기를 더 이상 정치적 구호가 아닌 실제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아세안 지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싱가포르 ISEAS-유소프이삭연구소는 '2025 동남아시아 현황' 보고서에서 주요 아세안 국가들이 올해 당면한 최대 현안으로 경제보다 기후위기를 꼽았다.
■복구 중에 새 태풍…피해 '눈덩이'
18일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올해 이상 기후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는 필리핀이다. 필리핀의 태풍 감시 기구인 국가기상청(PAGASA)에 따르면 올해만 21개의 태풍·열대저기압이 필리핀에 상륙하거나 영해를 통과했다. PAGASA가 수십 년간 유지해온 평년치(19~20개)를 이미 넘어섰다. 문제는 특히 9월 이후 △라가사 △부알로이 △갈매기 △펑웡 등 초대형 태풍이 연달아 상륙하며 피해가 집중됐다.
필리핀의 문제는 태풍의 '개수'뿐 아니라 강도·경로의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연구기관들은 지난 20년간 필리핀 상륙 슈퍼태풍의 빈도가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한다. 태풍 경로가 남북으로 크게 흔들리며 전통적 재난 취약지역 바깥 지역까지 피해가 확대되면서 인명·재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베트남도 달라진 기후환경으로 태풍이 빨리 찾아오고 강도도 강해지고 있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베트남은 올해 처음 상륙한 태풍 '우딥'은 1952년 이후 가장 이른 첫 태풍으로 기록됐다. 10월 말~11월 초 중부 지역에는 24시간 동안 1085㎜의 폭우가 쏟아져 관측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 폭우로 호이안·다낭 등 중부 관광 도시가 완전히 침수됐으며, 중부 꽝남성과 다낭성의 농지도 수천 ㏊가 훼손됐다. 베트남 기상청은 "기존 우기 패턴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며 경보 체계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
태국은 '긴 홍수'와 '긴 가뭄'이 교차하는 형태로 충격이 나타났다. 아유타야의 방반 지역은 4개월 넘게 침수가 지속돼 마을 전체가 물속에 잠겼다. 물이 빠지자마자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는 극단적인 기후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태국 농업부는 올해 홍수·가뭄 피해로 인한 농업 손실을 수십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하는 등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로 나타나고 있다.
■"기후재해 아세안이 가장 큰 피해"
이 같은 기후 충격은 단순한 재해 수준을 넘어서 성장에 속도가 붙은 동남아 국가들의 성장세를 뒤흔드는 큰 요인으로 부상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보고서에서 2070년 동남아 GDP가 기후 재해로 최대 17% 감소, 2100년에는 최대 41%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후 충격이 제조업·농업·관광업 등 산업 구조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각국의 사회·재정 부담을 누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 충격이 '복구 이전에 또 피해가 발생하는 구조'로 굳어진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은 "재난 간격이 사라지면서 국가 재정과 민간 투자 모두가 구조적 부담을 안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인 국내 기업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아세안에서 제조 기지를 운영 중인 기업들은 기후재해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인프라 보강과 방재에 나섰다.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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