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하게 반대했던 ‘성범죄자’ 제프리 앱스타인 관련 정부 기록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18일(현지시간) 미 하원을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레임덕 조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화당 내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부 분열도 빨라지고 있다.
앱스타인 파일 공개 법안 통과
이 법안은 공화당 지도부가 반대했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대통령, 지도부 뜻과 달리 민주당과 협력하면서 표결에 올랐고, 결국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원 435명 의원 가운데 428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찬성 427대 반대 1로 압도적 지지 속에 통과됐다.
공화당 지도부는 반대했지만 로렌 보버트(콜로라도), 마조리 테일러 그린 등이 민주당과 협력하며 표결을 주도했다.
트럼프는 앱스타인 파일 공개를 ‘반역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뜻을 꺾지 않았고, 대세가 기울었다는 판단이 서자 트럼프도 결국 찬성으로 돌아섰다.
대통령 지시 불복하는 공화당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화당은 최근 대통령의 지시에 불복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번 앱스타인 관련 기록 공개 의무화 법안 통과가 대표적이다.
백악관은 이날도 보버트 의원을 백악관 상황실로 불러 설득했지만 표결을 막지 못했다.
보버트는 이번에 돌아선 그린과 함께 의회의 대표적인 트럼프 지지자다.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도 트럼프 뜻대로 안되고 있다.
트럼프는 J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백악관 참모들을 동원해 인디애나주 의원들에게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도록 설득했지만 주의회의 공화당 지도부가 이를 거부하고 있다. 캔자스 주의회 공화당 지도부 역시 트럼프의 이런 요구에 반발하고 있다.
앞서 상원 공화당 지도부는 최근 트럼프가 촉구한 필리버스터 종료 요구를 거부하기도 했다. 필리버스터를 끝내고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을 끝내야 한다는 대통령의 요구를 공화당 상원 의원들이 거부했다.
균열 시작됐나
당파성이 없는 정치 분석가인 찰리 쿡은 지금 상황을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쿡은 공화당 의원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조심스럽게 반발하기 시작한 것은 맞지만 이를 레임덕이 시작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이 트럼프에 완전히 등을 돌리는 거대한 균열이 시작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공화당 고위 참모인 정치 책임자를 지냈다가 지금은 반 트럼프 대열에 선 마이크 마드리드는 공화당과 백악관 사이에 전례 없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때 트럼프 최측근이었던 그린 하원의원이 트럼프와 갈등을 빚는 등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레임덕 징후라고 말했다.
여전한 영향력
그렇지만 트럼프가 벌써 레임덕에 빠졌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비록 공화당 내 지지율이 약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강력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AP-NORC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81%에 이르던 공화당원들의 트럼프 정부 운영방식에 대한 지지율이 이달에는 68%로 약 13%p 떨어졌다.
전체 유권자의 트럼프 지지율이 같은 기간 43%에서 33%로 10%p 하락한 가운데 공화당에서는 여전히 트럼프가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는 무기도 쥐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무력화하기 위해 후보 경선에서 이들의 경쟁자를 지지해 낙선시킬 수 있는 힘도 여전히 갖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