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FT, 中의 고질적인 통계 조작 논란 분석
中, 경기 침체에도 올해 5% GDP 성장률 달성할 듯
통계 방식 낡아 정확한 경제 활동 변화 못 짚어
상부 눈치보는 경직된 문화로 과대 보고 잦아
中 정부는 앞으로 4~5% 성장 가능하다고 예측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발표된 중국 국내총생산(GDP) 올해 처음으로 4%대로 떨어진 가운데 이마저도 수치가 조작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안팎의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통계의 정확도가 더욱 떨어졌으며, 중국 정부가 능력 부족 혹은 정치적 이유로 인해 엉터리 통계를 용인한다고 분석했다.
통계 방식 낡아, 정확도 떨어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중국 정부가 세부적인 통계 지표를 공개하지 않아 전체 경제 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FT는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의 '국민계정'에 A~D 등급 가운데 C 등급을 매겼다며 인도와 같고, 베트남보다 아래라고 지적했다. 국민계정은 한 국가에서 일정 기간을 두고 측정한 국민 경제의 자산 및 부채 상황을 회계 형식으로 정리한 자료다.많은 전문가들은 중국의 실질 GDP가 경기 침체에도 여전히 5%에 가까운 속도로 성장하는 상황을 의심하고 있다. 중국의 분기별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해 3·4분기 4.6%를 기록했으나 다음 분기에 5.4%까지 뛰더니 올해 2·4분기까지 5%를 웃돌았다. 해당 수치는 비록 지난 3·4분기에 4.8%로 떨어졌으나, 올해 1년 치 실질 GDP 성장률은 여전히 5%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FT는 GDP 집계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GDP는 일반적으로 한 국가에서 측정 기간에 발생한 생산 부문 가치를 전부 합해 계산(생산 방법론)하거나, 국민들이 소비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합해(소비 방법론) 추산할 수 있다. 이외에 한 국가 안에서 발생한 임금, 이자, 투자 이익 등 각종 소득을 모두 합하는 방법(소득 방법론)도 있다. 특정 기간의 GDP는 이론적으로 3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항상 값이어야 한다.
FT는 중국이 1993년까지 과거 소련에서 사용하던 4번째 방법으로 GDP를 측정했다고 지적했다. 4번째 방법은 국영 공장에 투입된 원자재와 공장에서 만든 재화의 가치를 더하는 방식이다. 중국은 1990년대 들어서야 해외 무역 촉진 목적으로 캐나다 통계청과 협력해 국제적인 통계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낙후된 통계 방식은 중국 내부에서도 혼란을 초래했다. 홍콩과학기술대학교 카르스텐 홀츠 경제학 교수는 2010년대 초까지도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소비 방법론으로 측정한 통계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홀츠는 당시 NBS 담당 부서장이 수치 오류 때문에 전화를 돌리곤 했다면서 "내가 보기에 이런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상부 눈치보는 경직된 조직 문화도 문제
아울러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인 조직 체계 역시 통계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3월 발표에서 3년 연속으로 연간 '5% 안팎'의 GDP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FT는 지방 정부 관료들이 상부에 성과를 자랑하기 위해 부풀려진 수치를 보고한다고 지적했다. 국제 폭로 조직인 위키리크스가 지난 2010년 폭로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의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는 랴오닝성의 당서기를 맡았던 지난 2007년 발언에서 중국 GDP가 "사람이 만든 수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중국 경제를 제대로 보려면 전기 사용량, 철도 화물 물동량, 은행 대출 증감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NBS가 지방에서 올라온 과대 통계를 수정하기 위해 추가로 조정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의 창 타이 시에 경제학 교수는 지난 2019년 발표에서 NBS가 2000년대 중반부터 GDP 성장률을 연 5% 수준으로 발표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보고들을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NBS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산시, 랴오닝, 장쑤, 저장, 하이난성과 닝샤회족자치구, 충칭시 등 7개 성시의 통계에 대한 대대적 조사를 실시했다고 알려졌다. 중국 국유 금융사 궈터우증권의 가오산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지난 2~3년간 (성장률) 공식 수치는 연평균 5%에 가깝지만, 실제 수치는 2% 정도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중국의 리창 총리는 지난 5일 상하이에서 진행한 제8회 중국 국제 수입 박람회(CIIE)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5년 후 중국 경제 규모는 170조위안(약 3경5030조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호주뉴질랜드(ANZ) 은행의 싱자오펑 선임 전략가는 리창의 발언에 대해 물가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중국의 명목 GDP 성장률이 매년 4∼5% 사이가 된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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