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채권 사고 달러 바꾸는 서학개미..3분기 대외채권 40조 늘어 '역대 최대'

기재부, 3분기 대외채권·채무 동향
대외채권은 1640조원 사상 최대
해외채권 투자, 외화예치금 증가 때문
추세적 상승, 1400원대 고환율에 영향

19일 기획재정부는 국내 거주자의 해외 채권 투자와 외화 예치금 증가 등으로 3·4분기 대외채권이 전분기(1조 928억달러)보다 271억달러 증가한 1조1199억달러(약 1640조원)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달러당 1400원대 중후반의 고환율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3·4분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채권 투자와 외화 예탁이 4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사상 최대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이례적으로 오르는 이유 중 하나가 국내 거주자의 해외 주식·채권을 사기 위해 달러로 대거 환전하고 있는 점이다. 불어나는 해외채권 투자 추이가 향후 환율 향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9일 기획재정부는 3·4분기 대외채권은 거주자의 해외 채권 투자와 외화 예치금 증가 등으로 전분기(1조928억달러)보다 271억달러 증가한 1조1199억달러(약 1640조원)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많은 액수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미국 등 해외채권·주식 투자가 추세적 상승세로 가고 있어 대외채권 총액의 역대 최고치 경신이 계속될 전망이다.

김희재 기재부 국제금융과장은 "환율·증시 등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올들어 대외채권 증가 추이로 보면 국내 거주자의 미국 등 해외 주식·채권투자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4분기 대외채무는 7381억달러로 2·4분기말(7356억달러)보다 25억달러 증가했다.

만기 1년 이상인 장기 외채가 5765억달러로 2·4분기말 대비 79억달러 늘었다. 반면 만기 1년 이하인 단기 외채는 1616억달러로 54억달러 감소했다.

부문 별로는 외국인의 회사채 투자 등 비은행권·공공·민간기업(기타부문)에서 90억달러의 외채가 증가했다. 정부와 중앙은행, 은행에서 각각 32억달러, 12억달러, 21억달러가 감소했다.

김 과장은 "올 3·4분기(7~9월) 중 대외채무가 늘어난 것은 외국인 등 비거주자의 우리 채권에 대해 3조2000억원 규모의 순투자(자금 유입)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대외채권에서 대외채무를 뺀 순대외채권은 3818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분기(3572억달러)보다 246억달러 증가한 규모다.

재정건전성 지표는 소폭 개선됐다. 3·4분기 기준 총외채 중에 단기외채 비중은 21.9%, 외환보유액 중에 단기외채 비율은 38.3%로 전분기보다 하락했다.

외채 등에 대한 국내은행의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도 같은 기간 160.4%를 기록했다. 규제비율(80%)보다 높은 수준이다.

김 과장은 "글로벌 통상환경 및 통화정책 변화, 주요국 증시 변동성 확대 등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경제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대외건전성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e-mail]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