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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 포기에 이어 론스타까지..한동훈에 쏠리는 시선

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9 18:47

수정 2025.11.19 14:53

'대장동 항소 포기' 저격수로 부활한 한동훈 '론스타 취소' 주도해 주목.."與, 숟가락 얹지 마라" '조선제일검' '이재명 저격수'로 돌아오나 장동혁호, '한동훈 역할론' 두고 고심 빠질 듯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이 2022년 8월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법무부에서 론스타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 전격 불출마를 선언하고 '윤(尹)어게인'을 주창한 장동혁 대표가 당선되면서 한 전 대표의 당내 입지는 대폭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의 '대장동 재판 항소 포기' 이슈를 선도하면서 현재 자타공인의 '대여투쟁 스피커'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또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와의 국제투자분쟁(ISDS) 취소 신청에서 한국 정부의 승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취소 신청에 앞장선 한 전 대표의 이름이 다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권에서 '한동훈의 시간'이 다시 찾아올 수 있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장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국민의힘이 20%대 지지율 박스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도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한 전 대표에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장동혁호'가 윤어게인 세력과 절연하지 않으면 중도층을 향한 소구력에도 약점을 보이면서 내년 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면서다.

한 전 대표는 대선 이후 전당대회에 참전하지 않으면서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야권의 유력 정치인들은 한 전 대표에게 유학을 권유하는 등 수년 뒤 정치권에 재등장하라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와 계엄·탄핵 정국에서 법무부 장관과 당의 지도자로서 이미지가 소모됐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사인 만큼, 잠시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가 달라진 모습으로 권토중래하라는 것이 이들의 제언이었다.

야당이 장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 전 대표 역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장 대표는 대표적 친한계였지만 12·3 비상계엄을 거치면서 완전히 갈라섰다. 장 대표가 김문수 전 대선 후보와 맞붙는 결선 투표에서 한 전 대표는 장 대표를 겨냥해 '최악의 수'라는 취지로 겨냥하면서 김 전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둘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됐다. 그랬던 장 대표가 당을 이끌게 되니 한 전 대표의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한 전 대표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검찰이 대장동 재판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면서다. 한 전 대표는 검사와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경험을 살려 대통령의 외압 의혹을 제기했고, 이슈를 선도했다. 당 지도부보다 먼저 비판 메시지를 쏟아내면서 대여투쟁의 깃발을 흔들었다. 당 일각에서는 "'조선제일검(檢)'이 돌아왔다", "'이재명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그런 한 전 대표에 '론스타 분쟁'의 승전보라는 낭보가 찾아왔다. 론스타 분쟁은 2003년부터 시작된 분쟁이다. 2022년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한국에 배상금 약 4000억원을 물도록 했지만,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 전 대표가 주축으로 취소 신청을 제기하면서 배상금은 '0원'으로 감소했고 오히려 론스타가 우리 정부에 소송 비용 73억원을 물게 됐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대통령실은 승소 소식을 알리며"국가 재정과 세금을 지켜낸 중대한 성과"라고 치켜세우자, 한 전 대표는 곧바로 "숟가락 얹지 말라"고 반발했다. 당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승소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는 론스타 사건을 일선에서 수사한 검사이기도 하다. 한 전 대표는 2022년 대정부질문에서 검찰의 론스타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자 "제가 10년 동안 나름대로 인생을 걸고 (수사) 한 사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한 전 대표의 역할이 중대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한 전 대표가 (론스타) 수사와 소송을 담당했던 사람"이라며 "(지선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역할이 증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장 대표도 마음이 불편할 것"이라며 "한 전 대표 등 합리적 보수를 내세워야 중도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론스타 승소 소식이 알려지자 "승소는 한동훈의 입지를 극적으로 강화시켰다"며 "한동훈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모셔와 지도를 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시기 질투심을 이기지 못해 열심히 싸우는 한동훈 등에 칼질 하려 한다면 내년 지방선거 참패를 불러 소멸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의 역할론이 대두되면서 당 지도부도 고심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인사들은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조언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선 승리와 지지세 회복을 위해서 한 전 대표의 쓰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 주류의 한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다. 최근 당 윤리위원장인 여상원 전 위원장에 사퇴를 요청한 것 역시 친한계인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한계에서는 당무감사위원장에 이어 윤리위원장까지 한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있는 인사로 임명하면서 '당원게시판 논란'과 '당성 평가'를 바탕으로 친한계를 몰아내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 전 대표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장 대표도 선택을 쉬이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친한계 의원은 "정치적 목적과 불순한 의도로 정적을 제거해 당을 사유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무리수를 두면 둘 수록 지옥으로 빠지게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