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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업 80%에 AI는 ‘그림의 떡', 맞춤 지원 절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9 18:03

수정 2025.11.19 18:03

상의, 제조업 500여곳 실태 조사
대부분 돈도 없고 사람도 못 구해
제조업 AI융합 이미지./사진=뉴시스
제조업 AI융합 이미지./사진=뉴시스

각국 정부와 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은 불꽃이 튄다고 할 만큼 치열하다. AI 주도권에 국가 미래가 달렸다는 각오로 맹렬히 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제조업체들에 AI는 '그림의 떡'이다. 자금과 사람이 모자라 AI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툴고 더딘 우리 기업의 AI 전환 수준을 끌어올릴 맞춤형 지원책이 시급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기업 500여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AI전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기업 10곳 중 8곳이 AI를 생산이나 물류, 운영 등 경영활동에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중소기업의 AI 활용도는 고작 4%에 불과했다. 쏟아지는 AI 미래 전망과 상관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중소기업이 100곳 중 96곳이라는 뜻이다. 대기업 사정은 이보다 훨씬 낫지만 AI를 잘 활용하고 있는 대기업은 49%에 그친다. 사실상 중기 대부분이 AI혁명의 불모지나 다름없고, 대기업 절반이 AI 시대를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AI 전환을 제대로 못하는 이유는 돈도 없고, 인재도 없고, 확신도 없기 때문이다. '3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AI 투자비용에 부담을 느껴 첫발을 떼지 못했다고 답한 기업이 중기의 경우 80%다. 대기업도 57%나 됐다.

AI 초기 진입비용은 클 수밖에 없다. 생산공정만 해도 AI로 전환하려면 여러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예상보다 큰 자금이 들 수 있다. 기업별 정교한 맞춤정책이 나와야 하는 이유다.

전문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대한상의의 해외 AI인재 현황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41만여명, 인도 19만여명, 미국 12만명에 이른다. 우리는 2만명에 불과하다. 과학계·이공계 지망생이 우선 적고 우수한 졸업생은 상당수가 해외로 간다. 미국 스탠퍼드대 AI연구소는 이미 한국을 인재 순유출국으로 분류했다.

정부는 이제서야 국가과학자 제도 신설을 비롯한 국내 연구개발(R&D) 인력 육성책을 내놓았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제조업 현장의 80%가 바로 활용할 인력이 없다고 호소했다. 인재를 데려다 쓰려고 해도 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가 어떻게든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해외 인재를 끌어들일 방법은 파격적인 처우 말고 없다. 정부는 발표한 인재육성 계획을 속도감 있게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기업들은 AI 전환의 성과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컸다. 기업 60%가 'AI 전환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답했다. 투자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본 것인데, 비용과 인력난 부담이 영향을 줬을 것이다.


AI 성능을 체감할 수 있는 제조업 환경을 만드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앞으로 기업의 흥망은 AI 활용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기회와 시기를 놓치면 특히 중소기업들은 경쟁에서 급격히 뒤처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