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여야 정쟁에 가려진 ‘K스틸법’

최종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19 18:03

수정 2025.11.19 18:04

최종근 정치부 차장
최종근 정치부 차장

최근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을 둘러싼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여야의 충돌은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이렇게 여야가 정쟁에 빠져 있는 사이 우리 기업들과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안 처리는 뒤로 밀리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법안이 바로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이다. 한미 관세협상이 전격 타결됐지만 철강 분야는 50% 고율 관세로 부과되고 있고,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들도 철강 관련 장벽을 높이면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국회가 입법 지원에 나선 것이다.

K스틸법은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5년 단위의 기본계획, 매년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탈탄소 철강기술을 '녹색철강기술'로 지정하고, 기술 개발·투자에 대한 보조금·융자·세금감면·생산비용 지원 등을 명문화했다. 한국 철강 산업의 체력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인 셈인데, 초당적으로 여야 의원 106명이 지난 8월 발의에 나섰지만 정쟁에 밀려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통상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은 보호막 없이 외풍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우리 산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지만 국회는 정쟁에 묶여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한 대치국면이 더욱 심화되면서 여야가 모두 당론 처리를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 통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민생은 정치일정에 맞춰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히나 철강은 '산업의 쌀'로 불릴 정도로 제조업의 핵심 축이다. 법안 심의가 늦어질수록 우리 기업들은 흔들리고, 수출 경쟁력은 점점 약해진다. 철강이 흔들리면 자동차 등 다른 산업도 함께 휘청일 수밖에 없다. 여야가 끝없이 설전을 이어가는 동안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국민의힘과의 정책 간담회에서 K스틸법의 신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합의만큼은 지켜내는 것이다.
산업 경쟁력 강화는 여야의 이해관계와 무관한 영역이다. 다행히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K스틸법을 의결했다.
앞서 여야 지도부가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어 민생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합의한 만큼, 그 약속이 말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