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쿠팡 아르바이트와 녹즙 배송 아르바이트로 화제를 모았던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벽 배송 금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19일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당 19만원, 그 뒤에 있는 진짜 이야기'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9월, 쿠팡 물류센터에서 새벽 근무 아르바이트를 한 후기를 공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그는 "쿠팡 알바를 하고 왔다. 새벽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19만9548원, 추가 수당이 붙어 꽤 짭짤했다"고 밝혔다.
이후 박 전 위원장은 녹즙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근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 전 위원장은 "내가 쿠팡을 비롯해 여러 알바를 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한 체험이 아니었다"며 "그 일을 직업으로 살아내는 청년으로서 돈을 벌기 위한 현실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나는 쿠팡의 구조를 이해하게 됐다"며 직전 28일 이내 CLS(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 소속 캠프 근무 이력이 없는 신규 헬퍼, 지각·조퇴 시 추가 수당 미지급, 타 프로모션 중복 불가, CLS 계약직 지원 불가 등 근무 프로모션 조건을 공개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 문구들은 명확한 사실을 보여 준다"며 "높은 시급은 기존 노동자가 아니라 '신규 인력'에게만 주어지는 단 한 번의 미끼"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벽 1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이어진 물류 센터 근무는 고되고 치열했다. 하루 일당 19만원은 그만큼의 땀과 체력과 시간을 맞바꾼 값이었다"며 "그리고 그 이후로 나는 그 '일당 19만원'이 적힌 프로모션 문자를 단 한 번도 다시 본 적이 없다. 오래 일할수록 오히려 수당이 줄어드는 구조, 경험이 쌓일수록 보상이 줄어드는 시스템이었다"고 했다.
이어 "나도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조퇴하면 높은 프로모션 금액을 포기해야 했기에 꾹 참고 버텼다"면서 "이제는 안다. 어떠한 노동은 누군가의 생계 그 자체이며, 개인의 의지로는 뒤집을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때는 레일 위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품들만 보였지만 지금은 그 물품을 옮기는 사람들의 삶이 먼저 떠오른다. 이 경험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우리 사회는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경력이 쌓여도 시급이 오르지 않고, 생계가 급한 사람들이 '선택' 아닌 '강요된 선택'을 하게 되는 새벽 배송과 물류 센터 노동. 당신은 이 현실을 알고서도 새벽 배송이 필수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 선택이 실제로는 구조가 만든 비자발적 선택은 아닌지 '낮에 일하든 밤에 일하든 개인의 선택이지'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질문해야 한다. 문제는 개인의 근성과 선택이 아닌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누리는 '빠름'과 '편리함'은 누구의 시간과 몸을 비용으로 삼고 있는가. 그 구조를 직시하는 일에서 정치와 변화가 출발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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