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지른 피고인도 한국인으로 확인, 교민사회 충격 확산
모자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부자는 숨져
피고인 신상 공개, 현지 언론 보도
두 달 전 '가방 속 남매' 사건 이어 또 한인 연루 강력범죄
모자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부자는 숨져
피고인 신상 공개, 현지 언론 보도
두 달 전 '가방 속 남매' 사건 이어 또 한인 연루 강력범죄
[파이낸셜뉴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한국인 가족 2명이 방화로 숨진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 현지 경찰은 한인 남성이 새벽 시간대 가족이 머물던 주택에 가연성 물질을 사용해 불을 지른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사망자와 생존자 모두 한국 국적자인 데다 피고인 또한 한국인으로 알려지면서 뉴질랜드 한인사회는 극심한 충격에 빠졌다.
20일 현지 교민사회 및 언론 등에 따르면 사건은 10월 2일 새벽 2시30분께 오클랜드 벅클랜즈비치의 2층 주택에서 벌어졌다. 집 안에는 5명의 가족이 잠들어 있었고, 불길은 폭발하듯 전체 건물을 휘감았다.
피고인은 오클랜드 동부 지역에 거주해온 30대 한국인 남성으로 체포 직후부터 2명이 동시에 살해된 이중살인 혐의로 정식 기소됐다. 첫 법정 출석에서 혐의를 부인한 그는 아내와 자녀가 한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해 임시 이름공개제한(name suppression)이 허가됐다. 그러나 가족이 한국으로 출국한 뒤 뉴질랜드 고등법원이 제한 해제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지 방송 1News, NZ Herald, RNZ 등 주요 매체들은 피고인의 실명과 얼굴 사진을 공개하며 '가속제가 사용된 이중 살인'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건 직후 피해자의 친언니라고 밝힌 여성은 소셜미디어(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가해자가 연료를 들고 와 집 안 모두를 죽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동생과 첫째 조카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제부와 막내 조카는 산채로 불길에 휩싸였다"며 "두 사람은 동업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었지만 금전 거래도 없었고 갈등으로 불릴 만한 일도 없었다"고 적었다.
뉴질랜드 한인사회는 이번 사건으로 극도의 불안과 충격을 받고 있다. 현지 커뮤니티 플랫폼과 SNS에는 "한인사회에서 살인까지 벌어질 줄 몰랐다" "피고인이 출신을 숨겼다는 말이 돌아 무섭다" "이 사건은 한국에도 반드시 알려져야 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피고인의 실명과 얼굴이 현지 언론에서 공개되자 "한인사회 전체 이미지에 타격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피해 가족을 돕기 위한 움직임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지 기부 플랫폼 'Givealittle'에는 모금 페이지가 개설됐고 개설 한 달여 만에 약 3만 뉴질랜드달러(약 2500만원)가 모였다. 모금 페이지에는 "한 가족이 하루아침에 삶의 기반을 잃었다" "남은 가족의 생활 재건을 도와주자"는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불과 두 달 전 뉴질랜드에서 또 다른 한국인 관련 강력범죄가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과 겹치며 현지 사회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2018년 두 자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행가방에 넣어 오클랜드 창고에 유기하고 한국으로 도주했던 40대 한국인 여성은 지난 9월 배심원단으로부터 유죄 평결을 받았다. 그는 향후 재판에서 최대 종신형과 최소 10년 가석방 불가 기간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여성은 심신미약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검찰은 "자녀 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한 이기적 결정"으로 봤다.
km@fnnews.com 김경민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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