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폴리티코, 관계자 인용해 美 정부가 韓과 협상에서 보복 언급했다고 주장
韓이 망 사용료 등으로 美 빅테크 규제하면 보복한다고 위협
'슈퍼 301조' 동원해 보복 가능성, 아직 강압적인 단계 아냐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무역 합의를 진행한 미국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향후 한국이 미국 IT 기업에 해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보복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은 올해 전 방위 무역 전쟁에서 이미 꺼냈던 무역법 301조를 다시 동원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19일(현지시간)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다른 도널드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이 앞서 한국 정부와 협상에서 이같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그리어 등은 한국이 미국과 디지털 규제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무역법 301조 관련 조사를 개시한다고 반복 강조했다고 알려졌다.
그리어는 지난달 29일 한국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슈퍼 301조’로 불리는 미국 무역법 301조는 미국과 교역하는 국가가 미국을 상대로 불공정한 무역 행위를 감행하면 보복을 허용하는 법률이다. 트럼프는 과거 1기 정부 당시 무역전쟁에서 해당 법률을 자주 동원했다. 미국 정부가 무역법 301조에 따른 제재를 시행하려면 우선 USTR의 위험 평가 조사가 종료될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올해 들어 중국이 해운 업계에서 불공정 무역 행위를 한다며 무역법 301조를 동원, 중국산 선박이 미국에 입항할 때 추가 수수료를 걷었다. 트럼프는 유럽연합(EU)이 지난 9월에 미국 IT 기업 구글에 과징금을 부과하자 EU를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한국과 무역 협상에서 한국이 망 사용료 및 온라인 플랫폼 관련법 등 기타 디지털 서비스 규제로 구글, 애플, 메타 등 미국 기업을 압박한다며 규제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한미 양국은 14일 공개한 10·29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에서 "한국과 미국은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 있어서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하고,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하여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18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미국 기업들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문구에 대해 "그 문구가 우리나라의 디지털 주권을 지키는 데 크게 제약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기본 원칙에 관한 표현들"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폴리티코를 통해 한국과의 대화에서 무역법 301조가 언급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미국이 아직 그런 "강압적인 접근"을 고려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관계자는 "한국인들은 관세가 우리가 들고 다니는 채찍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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