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전매·입찰신청금 무상 대여는 제재 대상 아냐…PF 지급보증만 부당지원 인정
[파이낸셜뉴스]호반건설이 자녀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60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지만, 불복 소송 끝에 최종 부담액이 200억원대로 줄었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신청금 무상 대여 부분은 부당지원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이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일 호반건설과 8개 계열사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유지했다.
앞서 공정위는 2023년 6월 호반건설이 총수 2세 등 특수관계인 소유의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 등을 부당하게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608억원을 부과했다.
호반건설이 2013~2015년 공공주택 추첨 입찰에서 다수 계열사와 비계열 협력사를 동원해 이른바 '벌떼 입찰' 방식으로 택지를 확보한 뒤, 낙찰받은 23개 공공택지를 총수 2세 회사에 넘겼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호반건설이 2세 회사의 입찰 참여를 위해 입찰신청금을 414회 무상 대여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입찰신청금은 수십억원 규모인데 이를 대신 납부해 사실상 자금 지원을 했다는 주장이다.
자녀 회사들은 의정부·김포·화성 등 23개 공공택지 시행사업을 통해 분양 매출 5조8575억원, 분양 이익 1조3587억원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호반건설주택이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경영권 승계 기반을 마련했다고 판단했다.
과징금 처분과 관련 호반 측은 2023년 9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공정위 처분은 곧바로 2심에서 다투게 됐다.
서울고법은 지난 3월 과징금 608억원 중 365억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신청금 무상 대여 부분을 제재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택지개발촉진법령상 공공택지가 '공급가격을 초과하는 가격'으로 거래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호반건설이 공공택지를 '공급가격'에 전매한 것 자체를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공정거래법이 사업 기회 제공행위를 부당지원행위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공공택지 전매로 시행기회를 제공한 것을 제재할 수 없다고 봤다. 입찰신청금 무상 대여도 회사별 지원액이 820만~4350만 원 수준으로 미미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면 PF 대출 지급보증과 진행 중이던 건설공사 이관 부분은 기존 과징금이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호반건설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서면서 신용위험을 떠안았고, 지급보증수수료도 받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부당지원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시행 기회 제공 역시 별도 대가가 없고 자녀 회사가 수혜를 입은 점을 고려해 이익 제공 의도를 인정했다.
호반건설과 공정위 양측 모두 항소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호반건설은 대법원 판결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2019년 공정위 조사로 제기된 각종 의혹이 해소됨에 따라 앞으로 공정과 원칙을 기반으로 한 경영활동으로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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