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담배 뭐 드려요?"...잘나갔던 이 직업, 어쩌다 이지경까지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1 06:00

수정 2025.11.21 06:00

공인중개사 인기 갈수록 하락 2022년 중순 이후 지속 감소 10월 중개인 수 11만명 깨질까 거래량 감소, 규제 강화 등 영향
지난 4월 13일 서울 시내 부동산 모습. 뉴시스
지난 4월 13일 서울 시내 부동산 모습.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자담배) 뭐 드려요?"
지난 19일 서울 중구 A 공인중개사 사무실.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건 공인중개사 B씨의 전자담배 주문 안내다. 잠시 후 사무실을 방문한 손님은 익숙한듯 전자담배를 주문한다. 물론 부동산 상담은 한 마디도 없다. B씨는 "요즘 거래 건수가 많이 줄었다"며 "수익성이 너무 안좋다. 주변에도 비슷한 분위기"라고 했다.



'국민 자격증'으로 불리던 공인중개사 인기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22년 6월 11만8000명을 넘어섰던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3년여 만에 11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휴·폐업 수가 개업 수를 한참 뛰어 넘는 모습도 쉽게 보인다. 폐업 지역은 서울, 경기에 몰려 있다. 거래량은 줄고 있지만 중개인은 많은 탓이다.

10월 11만명도 깨진다
20일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개업 공인중개사수는 11만272명으로 2022년 중순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1월 11만1700명이 넘었던 개업 공인중개사는 4월 11만1440명, 8월 11만448명으로 줄어들더니 11만300명 선도 깨졌다. 10월에는 11만명 아래로 내려갔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국적으로 휴·폐업이 많지만, 특히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모습이다. 9월까지 서울 지역 폐업 공인중개사는 2006명, 경기 2352명으로 세자리수인 나머지 지역의 최대 31배 많다. 폐업이 가장 적은 곳은 세종(75명) 지역이다.

공인중개사 인기가 급격히 줄어든 이유는 △거래량 감소 △부동산 규제 강화 △과도한 공급 등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거래가 최악이다 할 정도로 좋지 않다"며 "공인중개사는 계약서를 작성해야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 즉 부동산 가격보다 거래량에 민감한 업종인데 거래량이 줄어들어 중개로 이어지는 수입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개 수입 감소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게 되자 휴·폐업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실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부동산 거래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60%가량 감소했다.

규제에 공급 과잉까지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도 상당한 영항을 미쳤다. 정부는 최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올해 해당 지역에서 공인중개사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공인중개사 공급이 충분히 많다는 시각도 있다. 4월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는 약 55만1879명으로 개업을 유지하는 인원을 제외하면 44만1607명이 '장롱 면허'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개업 중개인 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 11만명 정도 있다"며 "전국 편의점 수의 2배나 된다. 업계에서는 7만~8만명대 정도가 적정 인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023년 말 전국 편의점 수는 5만5000여개 전후다.

업계는 당분간 개업 공인중개사 수가 더욱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주택 공급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았다"며 "공급이 늘지 않으면 공인중개사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