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외인투자 심사에 ‘경제안보’ 고려
韓도 사전·사후 관리체계 정교화 필요해
韓도 사전·사후 관리체계 정교화 필요해
20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최근 외국인투자기업의 수출입 및 주요국의 외국인투자심사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만달러 이상 수출실적을 보유한 국내 외투기업은 2531개사로 집계됐다. 전체 1만달러 이상 수출기업(3만9743개사)의 6.4%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의 수출액은 999억달러로, 전체 수출(6557억달러)의 1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미국계 외투기업이 211억3000만 달러로 가장 기여도가 컸다. 뒤이어 일본(142억 달러), 싱가포르(107억7000만 달러), 호주(91억3000만 달러), 영국(70억2000만 달러) 순이었다. 특히 국내 진출 외투기업들은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수입대체, 수출 다변화, 국내생산 확대 등에 기여했다. 무협 관계자는 “외투 기업 실적 증가는 수출 기여뿐 아니라 고용 확대 등 파생 효과가 발생해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역협회는 최근 국제적으로 외투기업 관련 ‘경제안보’가 중시되는 흐름인 만큼 한국도 사전·사후 관리체계를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장점을 극대화하되, 잠재적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취지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영국·캐나다 등 주요국은 이미 허가한 심사라도 국가안보상 긴급하고 중대한 경우 재심사를 통해 지분매각 등 강력한 조처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실제 2021년 중국계가 다수 지분을 보유한 네덜란드 기업 넥스페리아가 웨일즈 반도체 기업 뉴포트웨이퍼를 인수했지만, 영국 정부는 이듬해 넥스페리아를 사후 소환해 지분 86%를 처분할 것을 명령한 바 있다.
캐나다의 경우 중국 CCTV 생산기업 하이크비젼의 캐나다 내 영업중단 및 청산을 명령하기도 했다. 모두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결정이다. 미국도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재무부 장관 주재의 정부 내 협업 조직으로 꾸려 심사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8월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국가안보에 위해 가능성이 의심되는 투자는 외국인투자위원회의 심의를 90일 이내에 거치고, 통과하지 못할 경우 주식 등 양도를 강제할 수 있게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외국인이 다른 외투기업 지분을 인수해 실질적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간접투자도 안보 심의 대상에 포함하는 등 촘촘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내용을 담아 발의된 외투촉진법 개정안은 현재 소관위에 계류된 상태다.
정희철 무협 무역진흥본부장은 “외국인투자는 공급망과 국가안보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외국인투자 유치를 확대하는 동시에 경제안보를 고려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완결성과 함께 운용 경험을 축적해가며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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