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K뷰티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비결… ① 검증과 혁신 ② 체계와 속도 ③ 감성의 결합 [전은영의 피부이야기]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0 18:34

수정 2025.11.23 17:01

전은영 닥터은빛의원장
전은영 닥터은빛의원장

2025년 10월,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한 순간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APEC 정상회의 한국 방문 수행 중이던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경주 올리브영에서 약 20분간 쇼핑을 하고, 인스타그램에 13개의 K-뷰티 제품을 "South Korea skincare finds?"라는 캡션과 함께 올렸다. 27세의 역대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이 공식 일정 중에도 시간을 내어 들른 곳이 올리브영이었다는 사실은 K-뷰티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피부과 의사로서 20년 이상 진료하며 지켜본 K-뷰티의 성장은 놀랍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한국 화장품"은 국내에서조차 유럽이나 미국 브랜드에 밀렸다.

그런데 2024년 첫 4개월간 한국은 미국 수입 화장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프랑스를 제쳤고, 4억 7,710만 달러를 수출했다. 일본의 K-뷰티 수입은 2024년 한 해 동안 120.8% 급증하며 프랑스 수입을 초월했다. 전통적 뷰티 강국을 넘어섰다는 것은, 이것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가장 극적인 증거는 의료관광 통계다. 2024년 한국을 찾은 외국인 의료관광객이 117만 명을 돌파했으며, 소규모 의료기관 중 피부과가 72.6%를 차지했다. 5년 전만 해도 내과가 1위, 성형외과가 2위였다. 이제는 피부과가 압도적 1위다. 일본에서는 아침에 서울로 날아와 피부 시술을 받고 저녁에 귀국하는 '당일치기 피부과 투어'가 최신 유행이 되었다. 2024년 일본인 환자만 약 44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

그렇다면 K-뷰티가 어떻게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10단계 루틴, 귀여운 패키징, K-드라마를 떠올린다. 물론 이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의사로서 내가 보는 K-뷰티의 진짜 경쟁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과학적 검증과 빠른 혁신이다.

달팽이 뮤신, 센텔라 아시아티카, 프로폴리스 같은 K-뷰티 핵심 성분들은 민감성 피부를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인 제품으로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 센텔라는 상처 치유와 염증 완화 효과가 여러 논문에서 입증되었고, 달팽이 뮤신의 보습 및 재생 효과 역시 임상시험을 통과했다. 단순히 "천연"이나 "한방"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갖춘 성분을 대중화했다.

슈링크(초음파 리프팅), 리쥬란(연어 DNA 추출 성분의 스킨 부스터) 같은 시술이 외국인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도 같다. 비수술 뷰티 시장은 2024년 185억 달러에서 2029년 429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며, 한국은 이 분야 선두주자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신기술이 대중화되기까지 수년이 걸리지만, 한국은 안전성을 확보하면서도 빠르게 도입하고 개선한다. 휴젤은 2024년 3월 미국 FDA로부터 보툴리눔 톡신 제품 레티보 승인을 받아, 미국, 중국, 유럽 3대 시장 모두에서 승인받은 최초이자 유일한 한국 기업이 되었다.

둘째, 체계적 접근과 세계 최고 속도의 테스트베드다.

K-뷰티의 다단계 루틴은 클렌징-토너-에센스-세럼-크림이라는 명확한 단계별 목적을 갖고 있다. 피부 장벽을 깨끗하게 하고, 수분을 공급하고, 유효 성분을 침투시키고, 보호막을 형성한다. 이는 피부과 치료의 접근법과 유사하며, 의학적으로도 타당하다.

한국은 좁은 국토에 높은 인구밀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갖췄다.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리뷰가 쌓이고, 소비자 반응이 즉각 피드백된다. 강남 일대는 사실상 세계 뷰티 산업의 실험실이다. 여기서 검증된 제품과 시술이 곧바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된다. 화해, 글로우픽 같은 앱에서 "이 성분이 자극적이에요"라는 반응이 나오면, 브랜드는 1-2달 만에 개선판을 내놓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불가능한 속도다.

셋째, 콘텐츠와 감성의 결합이다.

K-뷰티는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판다. "glass skin"이나 "honey skin" 같은 콘셉트는 유튜브와 틱톡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진 문화 코드다. K-드라마 주인공들의 투명한 피부는 그 자체로 살아있는 광고다. BTS가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것처럼, K-뷰티도 제품의 효능과 감성적 콘텐츠, 그리고 커뮤니티 형성을 통해 성장했다. 이런 빠른 반응은 소비자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듣는다는 신뢰를 만들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감각을 준다.

이러한 강점은 숫자로 입증된다. 2024년 올리브영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은 189개국에서 942만 건의 결제를 했으며, 외국인 매출이 전년 대비 140% 증가했다. 2025년 상반기 올리브영 오프라인 매출의 26%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에서 발생했고, 2분기에는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유엔 회원국 193개국 중 189개국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것은, K-뷰티가 보편적 기준이 되었다는 의미다.

백악관 대변인 레빗은 이후 "K-뷰티 제품을 사용한 후 피부가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조차 K-뷰티를 선택하고 만족한다는 것은, 이것이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물론 K-뷰티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부 브랜드는 마케팅에만 치중하고 실제 효능이 부족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K-뷰티는 과학적 검증과 임상 경험, 그리고 문화적 영향력이 조화를 이룬 성공 사례다.

의사로서 K-뷰티 현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단순히 산업의 성공 때문이 아니다. 이것이 피부 건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피부 문제가 생겨야 병원을 찾았다면, 이제는 예방과 관리를 위해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건강한 피부"가 "문제없는 피부"를 넘어 "적극적으로 가꾸는 피부"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이는 의학적으로 매우 바람직한 변화다.


결국 K-뷰티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검증과 혁신, 체계와 속도, 효능과 감성이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앞으로도 K-뷰티가 지켜야 할 방향이며, 세계에 제시한 새로운 기준의 핵심이다.

/전은영 닥터은빛의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